모두가 구원받기 위해서 말이지,

누구 한 사람이 꼭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모두 구원받지 않으면 돼

뭔가를 시작할 때의 내가 가장 겁쟁이고, 그리고 가장 용감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것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비굴해지지 말라고 남들은 말한다. 노력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갖은 노력을 다해서 남들과 엇비슷한 자리에 서게 돼봤자......

예를 들어, 출발지점까지 죽기 살기로 달려가야만 하는 사람과 자동차에 편히 앉아 도착하는 사람이 있다.

달려온 사람은 헉헉거리면서 또다시 출발점부터 달려나가야만 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

나라면 출발지점과는 다른 장소로 달려간다.

하지만 다쿠지는 숨이 끊어질 정도로 달려가서라도 모두와 함께 출발하고 싶은 거다.

-워터

-최후의 아들

눈을 뜨고 있기만하면 맑은 햇살 아래라는 인생의 청춘. 그 속을 헤엄치는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출연한다. 수영부"라니 문득 <워터보이즈>가 생각나서 가슴벅찬 청춘드라마 한편인가 싶었다. 그래도 요시다 슈이치라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해봤지만, 큰 반전보다는 잔잔한 물살을 가르는 수영장이 빛이 받아 더욱 반짝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뿐이다.

자신과 비슷한,그러나 더 뛰어난 수영선수 였던 형을 잃고 정신을 놓아버린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가업을 이으려 대학을 포기하는 주인공. 또한 그를 둘러싼 친구들과 수영부원들의 드라마. 이 모든게 약간 평범한 듯 아닌듯 흘러가고 수영장 물살을 가르는 승부라는 것이 경쟁을 떠나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성취감에 흠뻑젖은 진정한 생동감을 가리키고 있다. 그게 아름다운 것이다.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수영이 있고, 그것을 위해 승리가 있는 것. 이 얼마나 미사여구따위 필요없는 아름다움인지 또한번 느끼게 한다.

사실, 지금이 여름이었다는 것이 플러스요인이 되었지만! 매미우는 소리와 시원한 물살을 가르는 수영부 청년이라니, 참 환상의 조화다 싶다;

<최후의 아들>에서는 소외받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워터>에서도 주인공 친구 중 한명이 게이임이 밝혀지는데, 분위기는 역시 소년만화처럼 명랑하기만 하다. 뒷배경이야 어찌됐든 청춘드라마니까. 그러나 최후의 아들은 조금 묵직하다. 요시다 슈이치가 그리는 쓸쓸함과 고독이 소외된 자에 초점이 맞추어진채 플레이된다. 이 작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비디오 카메라는 그 벽을 더 실감케하고 동성연애자와 사회의 단절된 느낌과 제3자의 시야와도 같이 주인공을 결국 이야기속에 융화되지 못한다.

공원에서 대통령이라 표현되는 사람이 죽은 후, 동성애자의 인권에대해 의문을 던지며 의미심장하게 시작되는것 같더니... 이윽고 엠마의 폭력추방에 관한 연설 이후에, 주인공은 자꾸 자신과 엠마 사이의 거리를 조정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고 슬그머니 의문만을 던질뿐. 자신들이 사회에서 내는 목소리를 누군가가 들어주길 원하면서 동시에 그 울타리에서 자신은 빠져나오고자 하는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두가지 시선, 모든 사람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통한 시선과 자신이 두 눈으로 보는 시선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혹은 두가지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시선과 대통령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스킬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떠올리게 했다. 시사하는바는 다르지만, 모순되는 시선 속에 씁쓸함을 담고 있기도 하고 대단히 인상적인 내용으로 고이고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살해된 공원에서 자아의 분열을 경험하는 주인공은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어머니에게 동거하고 있던 연인이자 동성연애자인 엠마를 소개시켜주려고 한다. 그러나 엠마는 결국 집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동안 찍어두었던 화면을 다시 보며 엠마를 기다린다. 씁쓸한 결말조차 자신의 시선이 아닌 비디오 카메라 속 재생되는 화면에 의해 끝이 나 버린다. 아무런 결말을 맺지도 못하고, 깨달음의 연속으로만 엔딩이 이루어진다. 과연, 그는 엠마를 두고두고 기다렸을까? 그 후에도 의문이 남는다.

차라리 <최후의 아들>을 먼저 읽었다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답답한 문체가 여운처럼 남고, 재생된 화면처럼 모순된 시선을 가진 나의 평소 생활과 겹쳐지는것이 아무래도 찝찝하게 한다고 할까. 때론 뜨거운 여름의 태양에 반짝이는 물결같은 이야기에 흠뻑 젖어보고싶은 법이다. 특히나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