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라이프 
요시다 슈이치
열람원 

 

 

어쩌면 자신에게는 숨길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있는 거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꽃의 수만큼 사람에겐 감정이 있다

 

 

 

무엇때문인지, 눈물이 솟아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눈물의 이유를 생각해보려고 하면, 바로 그 상태에서 뭔가 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곧 말라버린다

 

 

 

-파크 라이프

-플라워스

 

 

 

리얼리즘의 묘사, 그리고 순문학과 대중문학 사이에 현대인의 고독과 방황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 <파크 라이프>는 먼저 공원의 모습을 그린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빽빽한 빌딩 숲 사이사이엔 공원이 많이 들어서 있다. 뉴욕의 무슨 공원이니 우리 동네 근처의 무슨 공원이니 사람들은 늘 공원을 찾는다. 바쁘고 답답한 일상에서 공원은 늘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고 또 그 삶이 녹아있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연장된 생활 속 한 모습일뿐이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말을 걸게된 여자를 공원에서 만나는 주인공. 지극히 평범한 대화와 일상 속에서 쓸쓸하고 씁쓸하게 만드는 향기가 퍼져나온다. 결국은 공원이라는 무대에 놓여진 주인공은 책에서 자연스레 우리 독자들에겐 마치 연극배우가 되는 것이다. 주인공과 그녀는 공원에 있는 사람들을 궁금해하고 자주 만나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사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지극히도 일상적인 풍경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삐딱한 시선이 자꾸만 신경쓰여 나도 뒤통수가 가려워진다. 젊은이는 결코 자신들의 이름마저 물어보지 않고 공원이라는 일상의 무대에서 만나고 만나면서, 그 무관심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활은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처음 지하철에서 실수로 건넨 한마디에서 발전하여 공원에서 만난 그녀를 마지막에 주인공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뒷모습에다대고 기약하는 주인공의 외침이 마치 메아리처럼 흩어지는 것이... 어쩌면 그가 공원을 다님으로서 펼쳐지는 일상 속에 뿌리칠 수 없었던 꽉 막힌 고독이 끝까지 그를 물고 늘어지는 것 같다. 바람에 날려온 빨래를 다시 널어주기 위해 담을 넘는 주인공을 도둑으로 오해하는 것과, 파크를 하늘에서 조망하기 위해 열심히 기구를 띄우는 60대 남자. 그들이 살고 있는 일상은 작가가 그려낸 묘사 그대로, 흘러가는 그대로 현재이고 동시에 고독과 쓸쓸함을 마주하는 곳이다. 작가가 그토록 쓰고 싶어하였던 현재였으니 어쩌면 성공한 셈이 아닌가.

 

플라워스는 꽃꽂이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유통업체에서 보조기사로 일하는 주인공과 그의 상사로 건장한 또 한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아내는 연극을 하고, 그들 부부는 한달에 한번씩 비싼 호텔에서 투숙한다. 삐걱거리는 일상에서 그들이 한달에 한번 묵는 호텔은 마치 피난처의 역할도 한다. 그의 상사는 조금 특이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직장 동료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다. 그에게 거리감을 표현하면서도 그럭저럭 지내던 주인공은 결국 어느 더운 여름날 회사의 샤워장에서 그를 구타함으로서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시킨다. 어느 여름날의 평범한 회사원 일상에서 뜨거운 햇빛처럼 내리쬐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됨과 압박이 어린시절 할머니가 손질했던 꽃들과 겹쳐진다. 아련하게. 인간관계에 있어 답답한 현재에서 찾아보는 할머니에 관한 기억.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과 대조되는 더럽고 추악한 인간적 면모들. 날카롭게 쏘아대는 작가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리얼리즘의 시학. 상상력이 녹아있지 않아, 이런 문학을 단지 '지루하다'고 표현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 틀어져 생각해보면 술술 써내려갔을 수 있는 상상력을 절제하여 오히려 돌려표현하는 것이 더욱 날카롭게 파고드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거부해보아도 어쩔수 없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파크라이프, 요시다슈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