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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Media 2,0

첫사랑 온천

첫사랑 온천
- 이타미, 호우라이 온천

흰 눈 온천
- 아오모리, 아오니 온천

망설임의 온천
- 교토, 기온 하타나카

바람이 불어오는 온천
- 나스, 니키클럽

순정 온천
- 구로카와, 난조엔

행복한 순간만을 이어 붙인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야

꿈꾸었던 생활을 겨우 손에 넣었는데,

그곳에 있어 주길 원했던 여자가 없다.
마치 그림을 움직여 맞추는 퍼즐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한 곳은 비게 마련이다.
빈 곳이 있기에 움직일 수 있는데,

그 빈 곳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다.

서로 누군가를 배신한 사이인데, 그 배신자들이 어느새 서로를 배신할까 두려워 헤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바람 같은 거 절대 안 피워! 이건 뭐랄까,
열일곱 살짜리 남자 아이의 생각이지

이런 마음이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 같은 건,
별 반짝이는 산속 노천탕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이 더운 여름날 온천에 관한 이야기를 펼쳤다. 온천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름날의 따뜻할 온(溫)도 나에게는 너무 포근하고 좋다. 더운것은 싫지만 따뜻하다'는 단어의 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이나 좋다. 특히나 그것이 요시다 슈이치의 문체로 표현된다며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일본의 특징 중 하나인 온천. 작가는 지역 곳곳의 온천을 배경으로 옴니버스 형태를 택했다. <일요일들>처럼 혹은 <퍼레이드>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귀결되는가 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대신, 그 온천의 물결엔 사랑의 과정이 있는 것은 부명했다. 첫사랑 온천으로 시작하지만, 사랑의 과정은 거꾸로 되어있다. 순정의 씨앗이 불타고, 사랑을 약속하고 이루어내고 무르익으며 그 사랑에 위기를 맞이하고, 결국엔 파국으로 끝나버리는 그런 한낱 물줄기 같은 사랑의 흐름이 녹아있다.

어쩌면 이렇게 숨죽일듯한 온천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사랑을 표현하게 만들었을까. 작가의 마법같은 손놀림에 감탄을 하며 마치 이 여름이 추운 겨울이라도 된듯 몸서리 쳐 지는 것이었다. 비뚤어지고 틀어지고 어긋날만큼 어긋나버린 첫사랑이 이제는 끝나버리는 장소로서의 온천에서 부터, 열일곱 풋내기 소년, 소녀의 사랑에 대한 열정이 온기로 전해지는 듯한 온천까지 읽는 내내 각각다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었지만 하나로 이어지는 큰 줄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온천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사랑은 샘물처럼 솟아오르기도 하고 흘러흘러 바다로 가기도 한다. 바다에 가서 이리저리 섞이기도 하고 바위 한 구석에 처박히기도 하고 심층수가 되기도 한다. 사랑도 이리저리 방황하지만 제각지 다른 모습을 하고 때론 아름답게 때론 날을 세운 맹수처럼 사납기도 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온천은 조금 섬뜩했다. 사실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이야기는 조금씩 무섭기도 했다. 이렇게 된다면... 하고 상상하면, 누구나다 마음이 답답하겠지만. 일상적인 남녀의 싸움이 제일 무섭다고 늘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것을 마주하니 눈조차 마주치기가 두렵다.

첫사랑을 위해 이루어놓은 업적이지만, 그것을 위해 달려왔지만 여자는 행복하지 않다. 일과 사랑에 균형을 찾기 못해 추락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쓸쓸하고, 그 쓸쓸한 마음이 따뜻한 온천물에 담긴다. 또, 이별로 향하는 사랑에 나약한 남자가 결국 아내를 때리고 홀로 떠난 여행은.. 공포였다; 자존심이랄까, 결핍은 늘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남자는 자신의 아내에게 결핍된 것이 사랑이라는 것과 두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 아니라 관심이라는 것을 결국 끝까지 깨닫지 못한다. 결혼으로 결론이 맺어지는 20대의 사랑은 흰 눈처럼 깨끗하기만 하다. 약간은 시끄러운 특징을 가진 커플이 자신들만의 공통점으로인해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흰 눈 가득한 배경의 아름다운 온천.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할 것도 없이 철이 없어, 혹은 조건이 없어 신선한 10대의 첫사랑.

세월의 흐름같기도 한 작품이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꺼내보여주기 보단 온천물 속에 잘 녹아있는 사랑의 흐름을 느껴보라는 것인지, 작가는 균형을 잃지 않고 쓸쓸함과 희망을 함께 안겨주고 있었다.

첫사랑온천, 요시다슈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