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이야기

얼마전 신문과 TV에 떠들썩하게 오르내린 요코이야기를 발견했을때, 나는 그 엄청난 비난 거리들을 생각하고는 망설여졌다. 뻔하지 않은가 말그대로 언론에서 떠들었던대로 조선인은 나쁘고 일본인은 그저 좋고 이런식의 논리아니겠는가, 하고. 그래도 이상하게 찝찝한 구석이 남아 결국 들고왔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전쟁 상황에 처해진 13살짜리 여자아이와 그 가족들의 고난만이 펼쳐질 뿐, 조선인들의 나쁜 행태는 겨우겨우 한 장면에 묘사(그것도 묘사랄것까지 없지만)되어있었다.

나는 투철한 애국지사의 애국심과는 비교도 안되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의문은 미국에서 교과서로 쓰였던 이 책에 나온 이 장면(전쟁통 피난길에 조선인 남자들이 여자들을 강간하는 것과 인민군들의 주민 학살)에 왜 한인 학생이 등교거부를 해 칭찬받고 이 이야기는 일본,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느냐 이다. 뭐, 일본은 자기나라 잘못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니 거부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왜곡을 들어 폄하해버리니 도저히 답을 모르겠다. 왜 이 할머니의 어린시절 전쟁이야기를 들으려 귀기울이지 않고, 역사적인 상황에 대치된 감정의 잔해들에 불을 지피는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내기와도 같이. (근데... 도대체 이런내용을 교과서로 쓰는 미국은 또 뭐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전쟁의 경각심을 일깨우는건가?... -_-허허허)

이 책을 출판하고 불사조될만큼의 욕을 먹었을 출판사도 대단하지만, 옮긴이도 그렇고; 읽다보면 마음좋은 이씨아저씨 김씨네 부부등 좋은 사람도 있고 강간이나 일삼고 닥치고 죽이는 인민군도 있는 것이, 그때의 상황 아니었겠는가. 내가 그 시대를 살지 않아서 이 책의 내용이 역사를 왜곡 시켰는지 어땠는지는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아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어린 요코가 겪은 일을 썼다하니, 게다가 이책은 도서관 <문학> 코너에 있으니깐.... 픽션이란말인데.

전쟁 중에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일본인의 이야기. 그자체가 거부감이 드는 것은 딱 잘라말하면 반일감정이다. 그렇다고해서 그 시절 요코처럼 살아온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뭐 식민지시절엔 요코 할머니도 떵떵거리며 잘 살았을수도 있고 한국 아이들을 무시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내용에는 없지만) 하지만 전쟁 속에서는 일본 여자 아이도 한낱 피란의 역경에 부상입고, 가족과 흩어져버리고 가난 속에 몸부림치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소설인데 허구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참 역사를 다룰때는 민감해야할 작가의 태도가 그녀에겐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기억에 의존에 쓴 자전적 소설이지만, 이런 파장을 일으키리라는 것은 예상할수도 있었을텐데.  인과응보라는 생각도 들고 혹은 배려와 관용의 마음으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전쟁을 통한 개인의 삶과 죽음, 고난과 역경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밉기도 하겠다. 그치만 그것을 자꾸 "나는 한국사람이 죠아여"라고 비굴하게 구는 요코 할머니의 말이 한국인들에겐 비아냥 거리는 것으로 들린다고.

만약 요코가 '요코'가 아닌 뭐... '순이'정도의 한국인이었다면 어떠할까? 순이 이야기... ? 이럴때 정신대 끌려간 할머니의 인생담이 출판되어 널리 날아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때까지 우리나라는 뭐하고 있었던건지... 이 책도 출판한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요코이야기는 생각만큼 끔찍하진 않았고, 그렇다고해서 팍팍 느껴지는 문학적인 잔향도 없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늘 잔혹하지만, 그 못지 않은 비평도 잔혹하다는 것을... 아마 작가는 깨닫고 있으리라. 씁쓸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러한 논란도 사람사는 세상의 한 모습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