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열린책들

내가 길로 들어선 것은 오전 여덟시, 세계 무역 센터의 북쪽 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기 딱 46분 전인 2001년 9월 11일 오전 여덟시였다.....(중략)
하지만 그때는 아직 오전 여덟시였고,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밑에서 거리를 따라 걷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그때까지 살아왔던 어느 누구 못지않게 행복했다.

나는 지금 생존본능에 대해 말고 있는거다 톰. 살려는 의지말이야. 나는 언제나 경건한 얼간이보다는 교활한 악당을 더 마음에 들어했어. 그런자들은 언제나 원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대신 활기가 넘치지 않니? 그렇게 활기있는 사람이 있는 한 세상에는 아직 희망이 있는 법이거든.

믿지 못할 꿈처럼 나의 기쁨은 막을 내렸고
내 좋았던 시절은 모두 과거로 돌아갔다네"

이번에는 세상에게 버림받은 한 노인의 이야기이다. 이혼 후 퇴직, 지는 노을처럼 희미해져가는 인생의 막바지에 긍정적인 생각과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으로 삶을 매듭짓는 아주 멋진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브루클린에서의 --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의 지독히도 복잡한 이야기 곳곳에는 분노와 증오, 그리고 사랑의 노래가 있다.

기울어져 가는 보잘 것 하나 없는 한 인간의 삶을 생각과 태도의 전환, 그리고 그 치유책인 사랑으로써 바꾸어 간다는 내용이 현실과 굉장히 잘 맞아 떨어졌다.

폴오스터 특유의 현실과 허구 사이의 모호한 경계가 여실히 잘 드러난다. 브루클린에서의 삶의 모습이나 내가 사는 이 지구 반대편의 모습이나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는, 그러나 소설이기에 더 쉽게 가능했던 주인공의 삶이라는 자동차에 대한 매끈한 운전실력에 굉장히 감명 받았다. 과연 나라면, 그 꺾어져버린 인생의 끝자락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결심하며 일어나겠는지 ---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지..... 나조차도 궁금할 뿐이다.

<뉴욕3부작>이 뉴욕시의 고득과 침체된 어둠을 머금은 채 익명성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면, <브루클린 풍자극>에서는 좀 더 세밀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와 가족적이면서 인간관계의 잘 짜여진 그물에 의존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뫼비우스 띠 같은 환상적인 구조보다는 남의 일기를 들추 듯, 너무나 인간적이고 솔직한 브루클린에 사는 한 노인의 전기를 읽은 듯 하다.

비록 그 예전의 매력이 없을지라도 그들은 사랑하고, 비록 그 예전의 튼튼한 심장이 아닐지라도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희미해지는 촛불이라고 해서 세상을 비출 열정이 없겠는가.

꺼져가는 불빛, 완전히 소멸하기 전까지는 --- 열정" 그것이 바로 생명임을...

고통이 없으면 희열도 없다고 말한다. 땀 흘려 일한 후 선선한 바람에서 느끼는 해방감,

브루클린에서, 작가는 여러인물들을 통해 여러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겨진 것은 하나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눈부시게 타오르는 인간의 생명력과 인생이란 산의 내리막길에서 맞이하는 한 평범한 인간의 진정한 희열, 그 모든 것이 한가지 결론은 죽음도, 이별도, 재산도, 운명도 아닌...

사랑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