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왠지 군인과 도시의 시골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파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남 녀 친구들의 나름의 성장기라고 생각되네요. 젊은 작가님의 책이라 책의 내용이 굉장히 밝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밝았다기 보단 약간은 어두운 소설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소설을 두고 "이번 소설은 어둡고 무거운 편이에요"라고 이야기 했다지요.

 

책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공감갔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내가 주연이의 집에 놀러갔을때 집 안 가득이 있던 책들을 보고 느꼈던 단어는 한마디로 "탐욕"이었던것 처럼 말이죠. 저 또한 도서관에 가서 책장에 빼곡히 쌓인 책들을 보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 탐욕 이었던 것이죠. 아아, 저는 왜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걸까요? 읽을 수 없는 책, 접해보지 못한 문화에 대한 탐욕! 주인공의 나가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을 나도 모르게 간절히 원했다는 걸' 느끼는 구절을 보면서 저또한 주인공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지요.

학창시절 느꼈던 첫사랑은 대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 마련입니다. 그를 (혹은 그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선 상대방과 나의 친밀감을 따질 때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첫사랑이기 때문이겠지요. 상처가 있어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는 주완이는 나만의 친구이지 애인이었습니다. 주완이는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보물같은 비밀이었죠. 왜 정말 아끼는 건 주고 싶지 않잖아요. 예를 들자면 이런거죠. 아주 이쁜 옷은 나 혼자만 입고 싶은 그런거. 나는 주완이를 참 많이 좋아했고 주완이도 나를 참 많이 좋아해줬는데 아쉽게도 주완이가 억울하게 죽었을때는 저도 모르게 슬퍼지더라구요. 이게 소설인거 아는데도 막 현실인것 처럼 내가 여주인공이 된것 같고 내 남자친구가 죽은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막 방황하고 싶고 그냥 막 살고 싶은 그런 느낌이 감정이입되었지요. 주완이의 말처럼 저 또한 펑션됐었어요. 펑션 (고장났어요)

-그때 그 모든 감정들을 제때 소화해냈어야 했다. 그랬으면 나는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176p

 

이 책은 첫사랑의 이야기만 담겨있는건 아니었고, 좀 광활하게 이야기 하자면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해줍니다. 마치 영화활영을 하는것 같은 느낌의 장들이 더 그렇게 느끼게 됐구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는 10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또 그것을 배경으로 30대가 된 우리의 모습이 나오지만)그 어린 나이의 생활가운데서도 깨달음이 많다는걸 느낍니다. 어릴 때는 언제 어디에 있고 싶어도 결정권이 없어 좋은 나이가 못되고 나이가 들어도 지금이 언제인지 어디에 있는 파악을 못하니까 또 좋은 나이는 아닌것 같다는 글귀를 보며 도대체 몇살쯤을 더 먹으면 좋은 나이가 되는건지 의문이 서네요. 제가 느끼기에도 지금 저는 어른이긴 하지만 뭔가 좋은 나이는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소중하고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끊임없이 대체되는 저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보니 뭔가 허무해집니다. 암튼 이 작은 책을 읽으며 첫사랑의 설레임도 추억해보고 나이와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던 = 이를테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