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그곳의 자연을 지켜주는 여행입니다.'

책 뒷장에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는 아름다운 여행의 또 다른 이름 '공정여행'의 정의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 여행(旅行)이란 '볼일이나 유람의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즉, 관광(觀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 여행을 꿈꾸면서도 '어느 곳으로 여행하고 싶냐?'는 질문 앞에서 한 번도 명쾌하게 어디라고 말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막연할 뿐이었다. 게다가 여행의 목적조차도 딱히 내세울 것이 없으니 말 그대로 여행을 위한 여행, 그저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그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하겠다.

그래서 딸아이와의 해외여행을 몇 년째 꿈으로 간직하면서도 언제쯤, 어디로 갈 것인지 어렴풋한 계획조차 세우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놀라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공정무역'이란 말은 어렴풋하게 들어 본 것같아서인지 '공정여행'이란 말이 낯설지 않지만, 그 단어가 품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환상적인 것으로 가득차 있다. 내게는 말이다.

'여행'을 꿈꾸며 고려하는 것이라고는 나의 경제적인 사정과 나의 시간적인 여유 그리고 나의 관심사 등등 모든 것이 '나'를 위주로 계획되고 실행된다.

그러나, '공정여행'은 나로부터 비롯되지만 그 너머에는 나와 교류하는 것들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내가 여행에 사용하는 비용은 물론, 시간적인 공간적인 정신적인 것들과 연계되는 것들로 가득 차있다.

내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나의 여행은 막연한 소비가 아니라 새로운 생산이며 새로운 희망이며 새로운 세상으로의 보탬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는 여행은 진정 나의 기억 속에 박제된 추억 그 이상으로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것임을 책을 읽을수록 더 확연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곳을 벗어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단순한 여행자들에게 여행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달하면서 벌어지는 지구곳곳에서의 환경파괴와 인권유린, 새로운 경제의 국면과 정치적 흐름까지도 바꿔놓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음에 깜짝 놀라게 한다.

그저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마음껏 휴식을 상상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알고 있던 탓에 그저 막연히 '언젠가의 여행'을 가슴 한 켠에 희망으로 품고 사는 내게 진정 희망을 꿈꾸게 하는 보석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여행은 온전히 '나'의 안락을 위한 것이 아님을 진정으로 깨닫게 됨과 동시에 나의 여행이 미치게 될 그곳의 환경과 정치, 경제와 더불어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 누군가를 염려하는 마음을 얻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지구', '하나된 세계'라는 구호가 익숙하게 다가왔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자유무역협정이니 뭐니 하는 것만 보아도 오히려 세계(힘있는 나라들?)는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는 참으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고보면 진정한 의미의 '하나된 세계'는 부질없는 구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유롭고 소박하고 배려가 가득찬 여행으로 또 다른 세상을 향해 하나될 수 있음에 희망을 품게 한다.

자유로움을 꿈꾸는 여행이기에 국경과 사상(정치이념)을 초월하는 희망 가득한 세상으로의 도전은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하며, 나 또한 딸아이와의 처음 여행은 반드시 아름다운 여행, 공정여행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