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채 읽어보지 못한 <신도 버린 사람들>의 어린이 판으로 먼저 만나게 된 '어린이를 위한 신도 버린 사람들'을 읽으며 때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더 재미나고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음을 새삼 느껴본다.

미처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을 모르고 읽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지극히 교훈적인 동화로만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비로소 일생을 자신의 삶을 얽어매고 있는 신분제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포기하지 않은 자신의 의지로 인한 승리의 기쁨을 맛보는 다무의 이야기가 실제 이야기임에 왠지모를 숙연함마저 느꼈다.

 '불가촉천민'중에서도 마을의 하인 노릇을 하며 허드렛일로 근근히 살아가는 마하르로 태어난 다무. 그들이 흘리는 침이 땅을 더럽힐까봐 목에 침그릇을 걸고 그들의 발자국이 땅을 더럽힐까봐 엉덩이에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는 빗자루를 매달고 살아가는 불가촉천민들.

 첫 장에서 아버지를 따라 나선 다무가 물조차 개만도 못하게 먹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모습보다 표지의 침그룻과 빗자루를 단 모습이 결코 사람의 모습같지 않아 마음이 아파왔다.

 수천 년 동안 당연한 진리처럼 따르고 살아온 카스트라는 신분제도. 물론, 같은 사람으로서 정도의 차이를 느끼며 살아가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들도 있겠지만 엄연한 인간이면서도 인간답지 못한 아니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불가촉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무의 일생을 통해 이른바 고매한 정신과 신들의 나라라는 인도에서 왜 그토록 신들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되는지 의문과 함께 수긍이 동시에 나의 머리에 스쳐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부질없는 짓만 같은 당시 자신의 타고난 계급을 부정한 다무. 어린시절 느꼈던 가슴 속 분노는 어느새 그가 만난 미시바바의 가족들과 불가촉천민 출신인 마하르 신분으로 카스트 제도의 폐지를 위해 앞장선 바바사헤브 등으로부터 인간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또한 스스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슴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그 어떤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자신이 믿는 바를 옳다고 여기며 온몸으로 자신의,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던 다무. 그의 그러한 확고한 신념과 노력은 그의 자식들만큼은 불가촉천민이 아닌 그 어떤 카스트계급보다도 능력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아직도 다무가 꿈꾸던 불가촉천민의 완전한 인간성 회복은 쟁취되지 않았지만 그 어떤 이유로든 인간 본연의 차별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어린아이들도 인식하는 요즘이다.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난 다무의 짐승만도 못한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한 감동적인 이야기이지만,  인간은 계급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더불어, 자신 앞에 놓여진 그 어떤 장애라도 끝까지 노력하면 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진리 앞에 숙연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