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나의 마음이 온통 저려옴을 느낀다.

과연 두 소년(브루노와 쉬뮈엘)은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지막 순간에는 알았을까......  할수만 있다면, 두 소년은 아직도 그들만의 탐험중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그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기막힌 이야기.  주인공 브루노는 아홉살 소년으로 내 딸아이와 또래여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딸아이가 떠올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뉴스나 기사를 접하는 나와 남편때문에 굵직한 사건,사고들을 제법 아는척하는(?) 딸아이와 달리 지금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브루노가 답답하기도 하고 '어쩌면 저렇게 모를까...'하는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하지만, 때는 21세기가 아닌 20세기초 게다가 전쟁을 일으킨 조국에 충성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막상 자식들에게는 쉬쉬하며 집을 옮기는 부모와 어른들에게 둘러싸인 브루노가 진실은 고사하고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읽기전에는 책표지의 디자인이 제목의 그것과 몹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책을 읽고난 후에는 마치 그것이 브루노가 입었던 바로 그 옷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두 소년에게 어느날 닥쳐온 변화(?). 둘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를 따라 같은 곳으로 오지만,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너무나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두 소년은 상대방의 삶을 모른다. 다만, 자신들은 이곳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둘만의 비밀만남을 가능케한 첫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번째는 신기하게도 둘의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것. 나 역시도 나와 같은 생일을 갖고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마치 또다른 나를 만나는 것같을지도 모르겠다.

브루노와 쉬뮈엘은 분명 철조망을 사이에 둔 두 소년인데, 둘이 철조망 한 지점에서 만나 나누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마치 한 사람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같은.....

결국, 신기하게도 생일이 같은 두 소년이 서로의 공간을 가로막고 있던 철조망을 넘어 같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사건(기회)이 생기고 만다. 아.......운명은 그렇게 우연을 가장하여 우리의 허점(虛點)을 노렸던 것일까...... 어느날 머리를 빡빡 깎게 된 브루노. 그것은 다름아닌 안타까운 운명의 장난인 것을......

진흙구덩이에 푹푹 빠지는 장화를 벗어던지던 브루노를 보며, 쉬뮈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철조망을 넘어가던 브루노를 보며, 철조망 너머의 실체를 확인하고서야 무언가 불안감을 느끼던 브루노를 보며 나 또한 얼마나 초조했던지....

'아....브루노, 제발... 안돼, 안돼....'하던 나의 바람은 그렇게 브루노와 쉬뮈엘이 휩쓸려들어간 커다란 방의 문이 닫히던 굉음과 함께 깨어지고 말았다.

아....아직도 어딘가에서 브루노와 쉬뮈엘이 두 손을 꼭잡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같다. 제발 어른들의 어리석음으로 어린 영혼들이 상처받는 일이 더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브루노, 쉬뮈엘,   부디 이제는 행복한 탐험중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