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렸을땐 클래식은 재미없고 지루하고 하품나는 것이었다. 어른들의 세계가 참 재미없겠구나 라고 그때 이미 알았던건지도 모르겠다. 어릴때 '소주는 무슨 맛으로 먹어요?' 클래식이니까 '와인은 무슨 맛으로 먹어요?' 라는 비유가 어울릴까. 술맛을 알리가 없으니 당연한거지. 쓰레기 같던 액체가 이제는 맛있다니. 클래식도 맛을 알면 이런 기분인건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걸 하는것과 억지로 하는것의 차이는 정말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피아노를 했지만 피아노 콩쿨대회라던지 피아노 독주회는 정말 싫었다. 그땐 내가 원해서 한게 아니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던 피아노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즐기고 내가 원해서 그런지 너무 좋다. 좋아하는 곡도 많이 생기고 멋진 피아니스트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이제는 그들의 독주회를 못가서 안달이다.

 

 소소한 로망중 하나가 집안에서 은은하게 음악소리가 항상 플레이 되는 것이다. 가사가 없는, 클래식, 바로 이 음반이 내 로망과 딱 맞아 떨어졌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음악이 많다. 영화나 TV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화장실 환경이 열악해도 들어서는 순간 클래식이 플레이되면 너무나 평온하게 집중(!)이 된다.

집 화장실에서도 가능하면 참 좋겠는데 말이지... 매일 씻고 (?) 매일 싸고 (?)... ;D

실현된다면 스파가 한층더 즐거워 질 것 같다. 예전에 mp3 가지고 들어갔는데 습기에 테러를 당했던 안좋은 추억이 생각난다.

 

 

 다른것을 하고 있음에도 들으면서 하려고 받자마자 바로 플레이 했다. 음악은 정말 위대한 것인가, 나에게서도 영감님이 태어나셨다. 영감영감영감 응애.

1+1 욕심에 알아듣지 못해도 영어 공부한답시고 팝송을 틀어놓으면 다른것에 집중이 전혀 안되었다. 하던것도 안되고 팝송도 제대로 못듣고 이런식으로 산만함만 불러왔다. 가요와 마찬가지로 가사가 있는 곡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사에 홀리게 된다. 하지만 클래식은 오히려 뇌세포를 깨워주는 느낌마저 들었다. 영감의 부스터♡ 라고 애칭을 지어주고 싶다.

 

 

 

 

오페라 곡도 섞여있는데 내가 오페라를 좋아하고 있단걸 알게 되었다. 오페라곡 모아놓은 음반 없으려나~♪

경쾌하고, 잔잔하고, 웅장한 여러 분위기의 곡이 섞여있다. 그래서 그냥 듣기에 좋은 것 같다.

한가지 분위기로만 담겨있었다면 기분이 너무 업되거나 너무 다운되거나 했을 것 같으니까.

내가 보지 못한 영화에서 이음악은 어떤 장면에서 삽입되었을까, 궁금하고 상상도 해본다.

 

명곡은 괜히 명곡이 아닌가 보다. 전주 부분부터 전율이 돋았다. 눈물도 찔끔.

 

 

CD-1 06 쇼팽의 <왈츠 제 10번 - Waltzes, Op.69, No. 10 in B minor, Op.69/2> 이 곡은 내가 즐겨치는 곡이다. 이 음반을 통해 이 곡이 왈츠였다는 사실을 재'각성했다. 왈츠치고 도입부분은 멜로디가 심금을 울려 나도 모르게 우울스러운 왈츠였다. 뒷부분은 느낌이 확 또 다른 매력적인 곡임에는 틀림없다.

CD-1 13 모차르트 <터키 행진곡 - Piano Sonata No. 11 in A Major KV.331 - 3. Alla turca> 또 하나 제목을 망각한 곡. 터키행진곡임에도 내연주는 터키전쟁곡으로 느껴지는건 왜일까. (전쟁곡을 너무 많이 쳤어 ㄱ-) 10년여전에 피아노 공부할때 꽂힌 곡이었는데 초보자에겐 쉽지 않은 곡이었다. 물론 지금도 빠르고 쉽지 않은 곡이지만..

 

CD-2 11 리스트 <라 캄파넬라 La Campanella>를 피아노 연주로 먼저 접해서 좋아했던 곡인데 이렇게 들으니까 <샤인>이라는 영화가 너~무 궁금해졌다. 피아노 기교의 진수를 보여주는 곡이랄까. 하하. 유독 CD-2에는 피아노 독주곡이 많은것 같다.

 

CD-3 09 바흐 <자클린의 눈물 Les Larmes De Jacqueline, Op.76 No.2-J.>을 듣는 순간 현악기의 소리가 이렇게까지 아름다웠는지 놀라웠다. 바이올린은 아닌 것 같고 첼로에 가까운 음색인데 알고보니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의 연주곡이었다. 사람들이 바이올린보다 첼로를 더 선호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음색이 정~말 매력적이다. 자세가 터프하지만 최소한 목디스크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히.

반대로 CD-3 02 사라사데 <지고이네르바이젠 'Zigeunerweisen'> 은 바이올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시원하게 올라가는 고음과 기교, 음색 등 모든것이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었다. 세계 3대 바이올린 연주자로 불리는 사라사데의 곡인데 매우 어려운 곡이다. 그누가 들어봐도 장난아님을 느낄 수 있다. 도입부분은 좌절모드에 자주 쓰여 친근한 곡이다.

 

알던 곡들도 새롭게 들리고 모르는 곡도 알 수 있었고 특히 모르고있던 멋진 곡들을 알아가는 기쁨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음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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