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카프카가 주인 이우일에 대해 낱낱이 폭로하다!

   여느 소녀들과는 달리 만화나 인터넷 웹툰과는 워낙 소원한 소녀인지라 만화가 이우일이 어떤 만화를 그렸으며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몰랐었다. 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은 소설가 김영하와 함께 낸 『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이야기』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에는 김영하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간 이우일에 대한 인물 묘사가 등장한다. 그는 큰 키에 뿔이 난 두건을 항상 쓰고 다니며, 걸어 다닐 때는 휠리스를 이용해 귀신처럼 스르륵 이동한다고 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그를 "예민하고 소심한 만화가"라 말한다. 잠깐 동안의 언급이 아쉬울 정도로 만화가 이우일은 좀 더 탐구해 보고픈 인물이었고, 그래서 그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인 『좋은 여행』까지 읽게 됐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오히려 이우일이라는 만화가에 대해 궁금증만 더 키웟다고나 할까? 주인공이 그가 아닌 여행이었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은 만화가 이우일씨네 가족과 함께 동거하고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 카프카가 인간을, 특히 이우일이라는 만화가를 관찰하고 고발(!)하는 내용의 에세이다. 즉, 고양이의 시선으로 써낸 책이라는 것이다. 책 정보에도 이 책을 쓴 사람이 고양이 카프카로 돼 있는데, 설마 진짜 카프카가 쓴 책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 책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이야기들을 모은 것으로, 카프카의 시선을 빌려 만화가 이우일이 쓴 글이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고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떠오르는 고양이가 한마리 있다. 바로 인간보다 더 재치있고 냉철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그 고양이'다. 그냥 '그 고양이'라 부르는 이유는 카프카와는 달리 이름없는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카프카는 '그 고양이' 뺨치도록 시니컬하다. 송곳니가 하나 뿐이라 시니컬하게 보인다는 카프카. 주인처럼 예민하고 겁도 많고 소심하지만, 취미는 사람처럼 앉아서 '썩소' 날리기란다. 사람처럼 앉아 있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시는 분들은 아래 사진을 참조하시길. 이 사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만화가 이우일은 카프카의 시선을 빌려 다양한 것들을 폭로하고 있다. 일단은 그가 설정한 상황이 재밌어서 웃게 되고, 그렇게 폭로한 내용이 재밌어서 또 한번 웃게 된다. 나는 카프카를 통해 만화가 이우일이 항상 쓰고 다니는 뿔난 두건에 대한 의문을 시원하게 풀 수 있었다. 나도 전해주고 싶지만, 카프카가 비밀이라고 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찾아 보시길.

10-057.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2010/06/29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