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인문, 사회학적으로 통찰하다!

   바야흐로 월드컵의 계절. 월드컵은 관전만 하고 있던 출판계도 4년주기로 움직이게 한다. 남아공과 축구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이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고 기획된 흥미 위주의 책들이라 허술하기 짝이 없다.

   "독일 축구의 전설 차붐이 추천한 책!"이라는 수식이 붙은 『축구란 무엇인가』. 이 책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특정 주제를 부각시켜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이 책은 대뜸 "축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려 한다. 과연 저자는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답을 줄 수 있을까?

   특정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축구 열풍이 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에서는 꾸준히 축구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은 1995년에 초판 발간된 것으로, 그동안 달라진 것들을 새로 수정 보완한 개정판이다. 즉, 월드컵이라는 전세게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기획된 책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나온 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축구 경기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공'에서부터 그것을 가지고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발', 그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 등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라 축구 이야기에서 종종 지나쳤던 부분까지 짚어가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축구의 규칙과 역사를 나열하거나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인문,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축구를 통찰하고 있다. 그가 인문, 사회학적으로 통찰하기 위해 참고했던 서적들의 목록을 보면 독일에서는 관련 서적이 꾸준하게 출판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축구에 대한 인문, 사회학적인 그의 통찰을 엿보다 보면, 왜 월드컵 우승컵이 그러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 남자들이 왜 그토록 자주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는지, 어떻게 보면 폭력적이고 단순하기 그지 없는 스포츠에 전세계인이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축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정의를 인용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축구를 "민족적 흥분과 적대감의 폭약이며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비난했으며, 그에 대해 올더스 헉슬리는 축구를 "문명에 대한 잉글랜드의 최대 기여"(p.476)라고 찬양했다. 또 움베르토 에코는 축구 담론이 정치 토론에 대한 안이한 대체물(p.468)이라고 여겼다. 에코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월드컵이 열리면서 위기에 몰린 청와대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바라보는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축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4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축구에 대한 열풍을 축구의 위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차라리 그때마다 축구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이 책 또한 주기적으로 다시 펼쳐보게 될 것이다.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말이다.

10-052. 『축구란 무엇인가』 2010/06/20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