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미처 몰랐다. 최근 출간된 <아이러니 세계사>를 보면서 수시로 쿡쿡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호...하고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수차례. 이다지도 재미있고 발랄한 것을 왜 학교에서는 그렇게나 재미없게, 지루하게 가르쳤을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역사의 숨겨진 부분,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을 맛깔난 문장으로 풀어낸 <엽기 조선왕조실록>의 저자가 이번에는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도 그저그런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유명한 사건들 뒤에 숨겨진 뒷이야기,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칠 ‘비하인드 스토리’.  구미가 확 당긴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책은 주제에 따라 크게 여섯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제일 먼저 ‘상상력을 가로막는 것은 언제나 대중의 상식이다’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누드로 그려진 것 때문에 음란물 판정을 받아서 ‘속옷 입히기 프로젝트’가 벌어졌다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 로마 의사인 갈레노스가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는 섹스를 삼가야 한다고 해서 아기에게 젖을 주는 유모를 두게 되었는데 13세기 프랑스에서는 그 정도를 넘어서서 ‘유모의 자질을 심사’하는가하면 해외의 유모를 두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모를 둘 수 없는 경우도 있어서 의사들이 고민 끝에 모유의 대체재로 동물의 젖을 먹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언젠가 젖을 떼고도 소의 젖(우유)를 먹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면서 우유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본 기억이 난다. ‘누구나 인생은 서툴다, 천재도 영웅도’에서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일상 속의 일화, 비밀을 다룬다. 이를테면 톨스토이는 여성편력이 심한데다 지독한 악필이어서 그의 아내 소피아가 교정 작업을 맡았다고 한다. 철부지 남편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한 아내를 역사는 왜 악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퀴리 부인. 그녀를 우리는 평생 과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여인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가 남편의 제자와 불륜의 관계인 것 때문에 노벨상 선정이 취소되는 위기까지 처했다고 하니 우리는 지금까지 줄곧 ‘반쪽짜리 위인전’을 읽은 셈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전혀 생각지 못한, 의외의 사실들을 전한다. 중세시대에는 성을 지을 때 ‘처녀의 뼈’를 말려서 성벽에 박아 넣으면 그 성은 천하무적의 성이 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백 년 전쟁때 영국군을 물리친 잔 다르크가 화형 당하게 된 이유에는 그녀가 반바지를 입는 신성모독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 개전한지 37분 20초 만에 종전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으로 기록되었다고 하고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신념 때문에 출산을 장려하고 낙태를 금지했는데 그렇게 해서 인구수는 늘어났지만 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이 극심해진 나머지 차우셰스쿠는 그에 의해 태어난 ‘차우셰스쿠의 아이들’이 일으킨 혁명으로 죽음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몇 장, 몇 페이지에 걸쳐 서술된 이야기는 재미난 일화에 불과한 것도 있지만 때론 역사의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얼마전에 읽은 <총 균 쇠>에서는 저자는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즉 어느 민족이 도태되고 발달했느냐 하는 것은 민족의 우열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우연성이 결합하여 생겨났다는 것이다. ‘역사의 운명은 우연과 타이밍이 만든다’는 부제가 전하는 의미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언제나 그렇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