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말입니다. 하지만 무슨 일에서든 예외가 있는 것처럼 고향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고향이란 이유만으로 마음이 도무지 평온해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마음이 부대끼고 불편함을 느끼는 이도 분명 있을 거예요. 좋지 않은 추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 만나고 싶지 않은 이들이 고향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면 아마 누구라도 고향을 피하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제가 이번에 만난 이도 그랬습니다. 그의 이름은 애덤 체이스. 5년 전에 고향을 떠난 그는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세계의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도시 뉴욕이었지만 그는 그곳에서의 일상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원해서 찾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지난 과거를 잊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뉴욕이었거든요. 때문에 5년이란 세월동안 그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인으로서 살았는데요. 그런 그는 어느 날 고향 친구 대니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에게 도와달라고, 하루빨리 고향으로 내려와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는 냉정하게 거절합니다. 자신에게 고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지난 날 자신과 절친했던 친구 대니, 5년 동안 자신을 찾은 건 대니가 유일하다는 걸 떠올린 애덤은 고민 끝에 고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고향은 애덤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미워하는 자가 돌아온다’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잘 돌아왔노라고 감싸안아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5년 전 고향을 떠나게 된 원인이 바로 살인사건 때문이었어요. 마을의 유망한 청년이 살해된 사건의 혐의를 받은 애덤은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지만 그는 고향마을에 머물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 이가 바로 그의 새어머니였거든요. 어쩔 수 없어서 쫓겨나듯 떠난 고향에 5년 만에 돌아온 애덤은 어딜 가나 자신을 힐긋거리고 수근대는 사람들 속에서 대니를 찾지만 그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납니다. 그것도 애덤의 주위에서. 이에 사건담당 형사는 애덤을 의심의 눈초리로 관찰하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5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고 대니의 실종에는 어떤 비밀이 존재하는 걸까요?

사실 550여 쪽의 두툼한 책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소설의 내용이 낯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존 하트의 소설은 이 <다운 리버>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만난 것 같았는데요.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또 다른 의문의 사건에 휩싸인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여자인 것에 비해 <다운 리버>는 주인공 그 자신이 직접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갑니다. 그런 가운데 그간 감춰져 있던 가족의 비밀과 깊은 증오가 하나씩 드러나게 됩니다.

책을 덮으면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일요일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릴 때 애덤은 과연 수화기를 들었을까? 왠지 그랬으면 좋겠다고. 용서의 말을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 존 하트의 작품을 무척 기다리게 될 것 같아요. 물론 그전에 그의 <라스트 차일드>를 먼저 만나야겠지만 말입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