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부모님에서부터 역사적 위인, 세계적 유명인사, 연예인까지...정말 다양한 사람을 꼽는다. 어떻게 보면 정말 간단한, 판에 박힌 질문에 불과하지만 거기에는 당시의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까지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수많은 인물 중에 꼭 빠지지 않는 이가 있으니 바로 세종대왕이다.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 외에도 당시 조선을 정치적, 문화적으로 가장 풍요로웠다는 것이 세종대왕을 성군으로 칭하는 가장 큰 이유인데. 때론 이런 의문이 든다. 만약 세종이 아닌 양녕이 임금이 되었다면 조선은,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 오백년 집권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달린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은 오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의 왕가에서 이어져오는 왕가의 공부법에 대해 전한다. 책은 크게 ‘서연 왕이 되기 위한 특별한 교육’ ‘경연 왕이 되고 나서 하는 특별한 교육’ ‘종학 왕실의 종친 관리를 위한 공부와 교육’ ‘왕의 대화, 왕의 마인드’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조선을 이끌어갈 왕을 키우기 위한 교육은 실로 놀라웠다. 현대의 고3 수험생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조선의 왕자들의 공부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꼼꼼하게 진행됐다. 학식이 뛰어난 신하들과 함께 시경이나 논어 같은 유교 경전을 공부하면서 수시로 토론을 갖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왕자들은 나라의 사정과 백성의 삶은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었다고 한다.

공부를 하는 것만큼 바른 예절과 인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활쏘기나 말타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신체와 체력을 단련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조선의 왕자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왕이 되기 위해 문(文)과 무(武)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전인적인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교육이 왕이 되었다고 해서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경연을 통해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했는데 이런 서연과 경연이 오백년 동안 나라를 지탱할 수 있었던 조선의 힘이라고 한다. 본문에는 ‘조선 왕들의 재위기간과 경연의 횟수’를 표로 나타내고 있는데 성종처럼 경연에 열심인 왕이 있는가하면 연산군은 경연을 수시로 빼먹거나 성실하게 임하지 않아서 왕의 자질이 부족한 폭군으로 낙인이 찍혀 쫓겨나는 일도 빚어졌다.

만약 충녕(세종)이 아닌 양녕이 임금이 되었다면 조선은,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과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곰곰 생각해보지만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이렇다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만약’의 일이 일어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태종의 첫째인 양녕과 둘째 효녕을 제치고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했던 셋째 충녕(세종) 왕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이란 제목이 시선을 끌었지만 실제 내용은 ‘공부법’이라고 하기보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왕가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그 역사와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과 현대, 시대가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책이 전하는 바는 실로 크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 공부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