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등대지기라는말. 우리 세대에는 참으로 어색한 단어다(나는 참고로 20대 초반이다). 들어는 봤으나 그 사람들이 무슨일을 하는건지 그냥 등대만 지켜보고 있는건지 도통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담긴 등대지기란 어떤 이야기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나를 책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등대지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직 등댓불을 밝히기 위해서다.

내일 당장 죽음이 찾아와도 나에겐 여전히 오늘이 남아 있고. 오늘의 몫으로 등대를 사랑하는거다."

라는 말이 차례앞에 멋지게 나와있다. 등대가 과연 그렇게 목숨을 받칠만한 가치가 있는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저 뜻을 알게 되었다. 오직 책을 읽은 사람만이 저 구절을 이해할수 있다는것은 또다른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책에 등장하는 재우라는 남자는 32살의 아직 미혼이며, 8년간 아무도 살지 않는 구명도라는 섬에서 살고 있다.

그는 부모로부터 어렸을때부터 버림받았고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서 돌고 돌다가 구명도라는 섬에 등대지기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구명도라는 섬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어느날 몇년간 연락도 않고 지내던 형에게서 연락이 와서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어머니를 자기가 외국에 나가는 동안에 잠시만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형의 계략일뿐 형은 사실 치매걸린 어머니가 힘들고 귀찮았을뿐이었다. 형은 자신만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키워주시고 자신을 그렇게 애지중지 뒷바라지 해주던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누나는 어렸을때와

같이 어머니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재우가 어머니께 애정이 있는건 아니지만 한달간만 맡아달라는 형의말을

믿고 잠시 맡았다가 연락이 없자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 순간 어머니가 사라진것이다. 그때 부터 그는 어머니의 필요함

그 자리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난희라는 재우가 어렸을때부터 사랑해왔던 여자에게 어머니의 재우에 대한 몰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마음이 점차점차 바뀌게 된다.

재우는 등대에 대한 집착으로 몸이 반신 불구가 되지만 어머니는 치매가 걸린 상태에서 제정신이 아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치매도 막을수 없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힘들고 병든몸으로 자식을 위해 그 높은 등대를 오르고 그리고 자식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옆에서 물을 먹여주는 모습 그런 장면들은 너무나도 감동적이고, 한편으로 모든 세상의 부모들이 다 저런마음일텐데

왜 자식들은 그런 사실들을 깨닫지 못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창인씨가 말하는 등대지기는 한평생을 받쳐가며 외롭게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이기도 하지만, 부모는 자식의 등대지기처럼

자식이 어두운밤에 배를 타고 길을 잃지 않도록 평생 빛을 비춰주는 그런 등대지기라는 사실을 말해주려고 하는것 같다.

등대는 외딴 섬에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다른 배를 탄 이들을 위해 언제나 항상 같은 시간으로 빛을 비춰주고

소리를 내준다. 그러나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그런 등대의 마음을 안채 모른채 그냥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자신을 위해

희생해주는 뒤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후원자를 생각지도 않은채 오직 자신의 생각만 하고 자신의 앞만 보고 달리는것이다.

등대지기는 별다른 특별한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등대를 열심히 지킨다. 지칠만도 하지만 절대 등대를 하루도 소흘히 하는

일이 없다. 우리 부모들도 마찬가지이고, 이책은 아마도 부모를 가진 성인이라면은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등대지기들이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뒤에서 환하게 빛을 밝혀주고 있는데, 우리는 자신이 잘나서 똑똑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안전하게 항해를 하고 있는 중이라 착각을 하면서 산다. 자식이 어느정도 성공을 했다면은 부모님의 등대지기가

되주는것도 필요하다. 우리의 부모님이 지금까지 우리의 등대지기가 되어주셨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