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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민경욱 옮김
media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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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일본소설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베스트 셀러 목록을 살펴보아도 일본소설에 점령당한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간혹 소장 도서를 공개하는 블로거들을 만날때에도, 일본소설을 아낀다면 이쁘게 만들어진 양장본을 꽤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몇몇 일본작가의 경우 우리나라 작가의 이름보다 친숙한 이름이 되어있다. 통계를 보면 일본소설의 강세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0년대 들어서는 꾸준히 일본소설 번역 작업이 확대되어, 매해 꾸준히 400편 이상의 일본소설이 우리나라 말로 옮겨져 쏟아지고 있다. 일본작가의 저작료이 근 10년 사이에 많게는 10배까지 뛰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10년동안 책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감안해보면 10배라는 저작료의 상승은 엄청난 수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일본소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학부 때 일주일에 한번씩 책 이야기를 하던 자리에 한달에 한번꼴로 일본소설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었다. 특히나 나이가 어린 학번일 수록, 자신의 추천 책을 일본소설로 꼽곤했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생각은 드러내진 못했지만 '겉 멋' 였다.

내 경우에는 어떻냐고 묻는다면, 일본소설에 대한 매력은 이미 질렸다고 해야하나. 한때 일본소설을 좋아했던 시기가 있었다. 쌓아놓고 일본소설을 탐독할 정도였지만 한시적이었다. 말랑말랑한 감성의 일본 대중소설들은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덮고나면 남는 게 없다. 에피소드들만 버무려놓은 이야기 구조들은 다른 소설과의 차별성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하루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루키는 제외다. 그리고 일본 근대소설과 몇몇 장르소설도 제외한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놓고 왜이런 이야기를 쏟아놓고 있냐면... 그러니까 책을 덮고 한참이나 답답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내기 위해 우리나라 출판사는 요시다 슈이치에게 상당한 저작료를 주었겠고,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나무들이 베어졌겠지 하는 씁쓸함은 일본소설에 대한 회의와 겹쳐진다.

<여자는 두번 떠난다>라는 소설집에 실린 11편의 단편은 1편의 이야기만 3인칭 시점이고 다른 10편은 모두 남자를 시점으로 취하고 있다. 짤막한 에피소드로 11개의 남녀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시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속도감있게 술술 잘 읽힌다는 것을 제외하곤 없다. 캐릭터 형성도 미약하고, 서사구조도 없다. 진한 감동이 있을리도 없다. 읽으면서 이건 소설이 아니라 요시다 슈이치가 큰 소설을 쓰기 전에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놓은 습작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요시다 슈이치를 펌하해도 되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솔직히 묻겠다. 이런 책 내놓고 부끄럽지 않았냐고. 개 중에 그런 책들이 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의 책을 보고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 이 책도 그런 류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요시다 슈이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퍼레이드>나 <악인>은 꽤나 흥미롭고 괜찮다고 생각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들을 자꾸 써내고 있어서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할 수 없는 것이 문제지만.

깊이 없고 작품성이 떨어지는 일본소설을 작가에만 기대어 수입할 경우, 타격을 입는 쪽은 당연히 우리나라이다. 그저 표지가 예쁜 양장본이란 이유로 혹은 일본소설이라는 이유로 덥썩 집어드는 독자도 문제고, 무차별하게 수입하는 우리나라 출판업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보다 좋은 소설도 많고 번역을 기다리는 비소설류도 너무 많은데 그것들을 제치고 책 출간하기가 무섭게 나오는 일본소설들이 밉다.

시답지 않은 소설을 읽은 것치곤 푸념이 꽤나 길다. 갈수록 쓸데없는 소리가 많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