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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J.D. Salinger / 공경희
민음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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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을 함께 시작한 책이고 따라서 새해 처음으로 읽은 책이었다.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다닐때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그만둔 적이 있었다. 왜그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때 분명 중반을 넘게 읽다가 읽지 못하고 그만둔 적이 있었다.

새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많은 책들이 폐기처분됐다. 이건 전적으로 엄마의 독단에 의해 행해진 사건으로 한동안 아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음은 물론이요, 나의 원망소리를 불러일으켰던 사건이다. 덕분에 대학교에 들어가서 다시 읽으려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찾으나 이 책 역시 엄마의 독단에 의해 사라진 뒤였다. 그러다가 겨울방학을 시작할 즈음 다애네집에 놀러갔다가 빌려달라고 하고 이 책을 빌렸다. 그래서 조금은 긴 시간을 두고 이 책을 다시 만났고, 나는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읽을때도 그리 재미있는 책은 아니였다. 그저 문학전집 속 반드시 등장하는 책 중에 하나였음으로 어떤 의무감에 이 책을 폈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래서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난 그당시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 대해서도 무지했음으로.

지금 스물둘이라는 나이가 들어 이 책을 읽었을때도 흥미롭다거나 상당히 유쾌한, 속도가 잘 나가는 책은 분명 아니였다. 홀든 콜필드가 펜시 학교에서 퇴학 당한 직후의 며칠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루어져있고, 무미건조한 어투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그들의 문화와 생각은 어떤 때는 당혹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에 뗄 수 없을 정도로 책을 껴안고 읽은 적은 없던 것같다.

그래도 책장을 덮으며 생각해보면, 이 책이 1950년대 미국 대학생들에게 정전으로 받들어지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의 모습에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샐린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있는 주인공은 어쩌면 샐린저의 자전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회 부적응의 모습마저 보이는 주인공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현대소설강독 시간에 젊음의 서사라는 것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젊다라는 것은 어리다와 늙다의 중간 단계이면서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되, 둘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조금은 모순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젊은이들은 어린 존재에서 완전 성숙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항상 불안을 느낀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진정한 젊은이라면 불안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어야한다.

홀든 콜필드는 이런 젊은이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설프게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지만, 그 자신은 어른들의 위선을 끔찍이도 협오하는 인물이다. 항상 어느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기분적이지만, 심저 깊은 곳에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 어린 날의 추억을 가지고 한꺼풀씩 그것을 벗기며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동생과 피비를 사랑하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꾸기도 한다. 창피한 말이지만, 이 책의 제목만을 읽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다른 사람이 호밀밭에 침입하여 호밀을 가져가지 못하게 지키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 홀든 콜필드가 되고 싶은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혹시나 절벽으로 떨어질지 모르니, 그 아이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을 지칭한다. 홀든 콜필드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이런 홀든 콜필드의 꿈은 그 자신이 영원히 어린이가 되고 싶고, 어린이를 동경한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현재 어린이가 아니고, 이미 그 시기는 지나갔지만 다른 아이들의 소중한 동심과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혼란스럽고 불안정했던 퇴학을 당한 날로부터의 며칠간의 기록. 방황했던 그 며칠을 끝으로 피비와 집으로 돌아간 홀든 콜필드의 시시콜한 그 뒷이야기는 무엇일까. 홀든 콜필드는 지금 어떤 일을 꿈꾸고 있을까? 그는 아직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을까?

책 속에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재미있고 좋아하는 책은 그 책의 작가에게 전화를 걸고 통화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주인공은 말한다. 나도 은둔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책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전화를 걸어, 홀든 콜필드는 잘 지내느냐고, 그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냐고 물어보고싶다. 속으로는 못내 홀든 콜필드의 여전한 꿈이 호밀밭의 파수꾼이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