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
강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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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고 왠만하면 사서 읽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경우는, 급하게 읽어야할 책이라든가, 참고문헌 정도의 필요라든가, 도서관에 가고 싶은 날이 그러하다. 도서관에 가서도 책을 빌릴 때는 나름 까다로운데 책이 지저분하면 도무지 찜찜해서 빌려올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빌려야하는 일이 있을 때는 그 책을 에이포용지로 둘둘 말아서 손끝으로만 책장을 넘기는 나를 보고 어떤 사람은 학을 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보시다시피 도서관에 5월 22일에 들어온 신간이었다. 대출자 리스트를 확인하니 아무도 빌려가지 않은 순결한 책을 기분좋게 발견하고 덥썩 집어들었다. 이미 3월에 출간되었을 때, 김애란 단편이 실린다는 말에 솔깃해두었는데 운이 좋아 도서관에서 새책으로 만나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여성 젊은 축에 속하는 여성작가 9명이 '서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단편을 엮어낸 테마 소설집이다.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길 이름들이 한가득이다. 어느 한명 싫은 사람이 없다. 하성란, 권여선, 김숨, 윤성희, 김애란은 특히나 좋다.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유는 작가마다 그려내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그리 밝지 않다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모든 단편 하나하나가 미친듯이 재미있거나 좋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읽기에는 괜찮은 편이다. 마지막에 실린 김애란의 단편을 읽고는, 김애란이 정말 글에 물이올랐구나, 이제 소설 구성에도 허점이 없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각 소설에 대한 감상은 일일이 하지 않으련다. 사실 이사하면서 짬날 때마다 읽었더니 내용이 증발했을 정도로 남아있는 것이 없는 게 사실이다. 잔향 정도가 남아있는 정도이다. 피곤할 때 읽을 었을 때는 익명화되어있는 소설의 인물들의 이니셜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 책을 덮을 때면 나에게 서울이란 어떤 사유를 하게끔 만들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너무 지저분하고, 거지가 많은 도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머리가 아픈 도시. 택시비를 가늠하기 힘든 도시. 꼬집어 보자면 나에게 서울은 이런 도시다. 그렇다고 서울을 미워하는 건 아니다. 놀 게 얼마나 많고, 맛있는 게 얼마나 많고,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조화롭게는 아니지만 곳곳엔 좋아하는 고궁도 자리하고 있다. 나는 서울에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