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 

릴리 프랭키
양윤옥 옮김
2007
램덤하우스
★★★★★★★★☆ 

* * *

남들은 이 책을 보고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를 많이 떠올렸다고 하지만, 나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生>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자꾸만 <자기 앞의 生>과 겹쳐져서(물론 이 책이 엄마와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시시때때로 눈물이 왈칵났고, 책을 덮고는 엉엉 큰 소리 울다가 잠이 들었다. 작품 내적 부분도 그렇지만 본명을 놔두고 릴리 프랭키라는 필명을 쓴다는 것도, <자기 앞의 生>의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본명을 버리고 쓴 필명이라는 작품 외적 상황도 비슷하다. 물론 필명을 썼던 이유야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 관한 이야기는 벌써 2년 전에 들었는데, 이제야 그것도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다. 책이 지저분해서 빌릴까말까 고심하다가 결국 빌려갖고 와서는 깨끗한 종이로 휘휘 감아 보는 요란을 떨었으면서, 책장에 눈물 자욱을 남겼다.

릴리 프랭키의 자전소설이라 알려진 이 소설은 책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별거상태의 가족환경에서 엄마와 함께 살면서 때때로 만나는 아버지. 고등학교를 핑계 삼아 시골을 떠나 혼자 살게 되면서 엄마를 떠나왔다가 서른 무렵 엄마가 도쿄로 상경하면서 같이 살게 되는 나날들. 모든 형편이 조금 나아지는 즈음, 엄마가 암에 걸리고 그리고 엄마를 떠난 보낸다는 이야기. 마사야가 들려주는 자신의 가족이야기는 이렇게 신파적이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가장 만만한 가족이란 소재에 죽음까지 결합시켜 내놓았으니 대충 짐작이 가고도 남게 머릿속으로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신파도 아니고, 찌질하지도 않다. 우리에게 울라고 강요하지 않는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눈물 이상의 것이다. 읽고나면 울면서도 찜찜한 소설과는 확실히 다르다. 개인적이겠지만 이런 면에서는 <엄마를 부탁해>보다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것이 어쩌면 자전소설이 가지고 있는 '진짜 이야기'라는 것에서 생명력을 얻은 것일 수도 있고, '캐릭터의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허긴 이 둘은 서로 다른 의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짜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는 동가적 의미이니 말이다.
감정을 과잉하여 울음을 짜게 만들지 않는 화자, 나 '마사야'와 내어주기만 하는 '엄니'라는 캐릭터는 마사야가 나 같고, 엄니가 우리엄마 같다. 

사실 책을 읽은지 이틀이 지났다. 이른 감이 있는 여름 바다를 다녀와서 저녁부터 뻗어자서 일어나보니 새벽 1시. 써야할 원고를 써서 넘겨주고 새벽 3시 잠들기용으로 부여잡은 이 책을 차마 손에서 뗄 수 없어 정확히 아침 6시까지 날을 하얗게 지새우며 읽었다. 정말 미친듯이 피곤한 상태여서 몸은 자꾸만 자자고 재촉하는데 도저히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책을 다 덮고 엉엉 울다 잠들었던 그날, 오전에 일어나기는 너무 힘들었고 하루종일 눈만 뜨고있는 시체같았다.

책 리뷰는 책을 덮은 즉시 해야 감정전달이 잘되는데... 이틀이나 지나고나니 그때 느꼈던 뜨거운 것이 글로 잘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억울한 기분이 든다.

 

눈물 펑펑 쏟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며 끝맺을까 한다.
이렇게밖에 글을 써주지 못해 미안해요, 릴리 프랭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