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다카하시 아유무
차수연 옮김
도서출판 동아시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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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패턴이랄까, 방식에 있어서 철저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보자면 이런 편이다.
실용서는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절대 사지도 읽지도 않는 편이지만, 나머지 종류에 대해서는 고루 읽을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소설이 읽는 책목록에 절대우위를 차지한다. 바쁜 학기 중에 취미로 읽는 책은 주로 소설집으로 짧은 시간에 앉은 자리에서 단편은 시간상 읽기가 수월하고, 단편 단위로 책읽기 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주말이나 방학은 주로 장편 독파에 열을 올리는 편이다. 짬짬히 시간 날때 읽을려고 늘 한권씩 갖고 다니는 책은 주로 시집이나 잠언집, 아주 짤막하게 씌여진 수필, 여행기 정도이다. 그래서 대개 이런 자투리 시간 활용 책들은 길게는 몇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다 읽지 못하고 다시 책장에 꼽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늘 그렇게 접해도 새책을 접하는 것처럼 생경하다. 아니 생경하다는 표현보다는 새롭다라는 표현이 더 옳을 것 같다. 주된 스토리 라인의 연결고리가 없는 이런 책들은 이렇게 접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다른 구절에 눈에 가고, 다른 생각이 드니 이건 분명 좋은 거라 믿고 있다.

자투리 시간이 비교적 많이 날 것 같으면 들고 나가는 책 중에 자주 애용하는 책이 바로 <LOVE & FREE>이다. 오늘도 박여사와 쇼핑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과외를 가는 대신 커피숍에서 커피나 홀짝이며 시간을 보내다 과외가기로 마음 먹고 가방에 쏘옥 챙겨넣고 나섰다. 얇고, 가벼우기까지 하니 그저 고마울 수 밖에 없다.

<LOVE & FREE>라는 책의 종류를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여러가지 직책과 직업을 가진(내 보기엔 한량같다) 작가가 결혼한 아내와 함께 약 2년동안 돈이 떨어질 때까지 세계를 돌며 쓴 책은 맞는데 그렇다고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좀 아닌 것 같다. 책의 표지에는 분명 스물 다섯 살 세계 견문록이라 버젓이 써있지만 여기에 쉽게 고개를 주억거릴 수 없다. 여행기 특유의 견문도 감상도 없기 때문이다. 크게크게 실린 흑백사진들 사이로 작가의 단편적인 글들이 실려있다. 
이것은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기도 아니다. 그런데도 읽으면서 조금 자극이 되는 건 사실이다. 찌릿찌릿하고 아, 나도 이거 어떤 건지 알겠다 혹은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라고 느껴지는 구절들. 언제봐도 이런 짤막한 메시지들이 좋아서, 그 메시지들이 주는 강렬함이 좋아서 이 책을 시간이 날때면 몇번이고 다시 펴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를 테면 사진으로 찍어놓은 오늘에 대한 정리라든지 그 외에 이런 것들이다. 
'이루려 하지 말고 즐겨라, 가지려 하지 말고 사랑하라',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마음에서 몸으로 퍼지는 이 투명한 감성은 무엇일까? 이 감성 가운데 내가 찾는 퍼펙트가 분명 있을 것이다.' 
메시지의 느낌이 강렬히 느껴지는 건, 지면 한가운데 이 말들 외엔 어떤 말도 없다는 것이다. 흑백사진을 뒤에 놓고 오롯하게 타이핑된 이런 메시지들. 구구절절하지 않아도 강렬하다. 그래서 긴 글을 읽는 것만큼이나 한페이지를 오래도록 붙잡고 있다. 

아마추어같은 비교적 허술한 사진이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 허술한 사진들 속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건 아이, 그리고 그 아이들의 미소이다. 그래서 좋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분명 이 이유도 있다.

작가의 삶을 동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멋지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발길이 닿는 곳으로, 한도시에 일주일씩 머물다 다른 도시로 떠나는 여행. 성격상 나는 절대 못할 여행이기에 동경이 드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책은 결코 여행기가 아니어서 여행기라 부르진 않지만 그래도 이 작가가 여행가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제목 <LOVE & FREE>, 여행의 가장 큰 두가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 나도 러브앤프리 기치 아래 여행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