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

정한아
문학동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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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로 시작해서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로 끝나는 깜찍한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한시간 남짓 책을 붙잡고 있었더니 어느새 마지막에 실린 인터뷰까지 읽고 있었다.

신뢰하고 또 신뢰하는 문학동네 작가상 수장작이라는 타이틀을 쓴 정한아의 <달의 바다>는 읽는 이의 대개가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어느 누구한테 건네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간밤 새벽, 달의 바다를 건너면서 꽤나 찌릿찌릿 유쾌한 자극을 받고, 꿈에선 달의 바다는 아니지만 실제 바다에 가는 꿈을 꾸었다. 나는 이게 모두 <달의 바다> 덕분이라 믿는다.

고모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7편의 편지글과, 번번이 언론고시에서 고배를 마시는 백수 은미가 고모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 놓여있다. 고모가 할머니, 그러니까 자신의 엄마에게 보낸 편지글은 자신이 나사에 소속된 비밀우주탐험가라며 달을 비행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준다. 사실 이 소설이 미치게 좋았던 것은, 은미의 이야기보다 고모의 편지글이었다. 달을 이토록 아름답게, 가보지 않은 곳을 황홀하게 그려내고 있어 읽는 내내 환상에 젖어있었다. 

소설에 감춰진 반전을 발견하고 조금 서글픈 기분이 되었지만, 그것마저도 이렇게 포장해놓은 소설이 좋아서 불평은 하지 않으련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 <달의 바다>의 가장 큰 핵심을 폭로하여 책 읽기의 즐거움을 저어할까 염려되어 이쯤 해둔다. 직접 읽어보면, 아마 정한아식의 깜찍한 발상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되리라, 그리고 나처럼 이 같은 반전을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삶에 대한 긍정을 담고 있는 소설은 역시나 미워할 수 없다.
꿈과 현실 모두를 긍정하는 고모도, 딸을 통해 힘을 얻는 할머니도, 감기약 200알을 모두 삼키고 죽을 각오가 되어있던 은미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갈등하던 민이도, 엄마를 부정하던 찬이도, 결국 그들은 자신의 삶을 긍정한다.
언론고시를 포기하고 갈비집으로 출근하는 은미에게 패배한 것이냐고 질타하는 것보다, 밤마다 모니터를 켜놓고 글쓰기에 임하는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본래 은미 넌, 작가가 될 연필공주였어 라고 응원의 말을 건네면서 말이다.

단비같은 이 소설을, 마음이 쩍쩍 갈라져 가슴이 조금 아픈 친구들에게 권한다. 진짜 이야기는 긍정에서 부터 시작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