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내 인생

미카엘 올리비에
조현실 옮김
바람의 아이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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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후두두 떨어지니 창문 열어놓고 빗소리 들으며 침대에 벌러덩 누워 책 읽기 좋다. 오늘 하루 종일 누워서 커피나 내려마시면서 두권의 책을 냠냠했더니 배가 부르다.

이 책에는 중학교 3학년 벵자멩이란 남자 아이가 나온다. 키 167, 몸무게 88.6의 ’꿀꿀이, 지방덩어리,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가 같은 반 클레르를 좋아하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결국 벵자멩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느냐면... 일단은 아니다. 오히려 100킬로에 육박할 만큼 살이 찌는데 그건 클레르와의 이성관계가 엎어지면서 자책에 빠진 벵자멩이 무기력과 폭식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실패담으로 책이 끝난다면 성장소설이 가지고 있는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에서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벵자멩은 아빠의 새로운 연인 소피아줌마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인 결과, 클레르와 달콤한 키스를 하게 되도 먹지 않아도 배부르지 않은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책이 끝나고 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다이어트에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사랑을 하는 건데...’

아, 이 어린 녀석도 삶의 이치를 벌써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사랑하면 괜히 이뻐지겠는가. 분명 연애하면 빠지는 살이 이에 지대한 이유임을 잘 안다. 

이 책이 나같은 사람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건, 일종의 열등감 극복기 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뭐... 한번 불은 이후로 빠질 기미가 안보이는 내 살들도 한몫 거들었다는 것도 부인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책을 읽으며 감탄을 마지하지 않았던 건, 벵자멩이란 아이가 꿈꾸는 삶이었다. 책에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내 꿈은 요리사보다는 훨씬 원대한 것이다. 물론 난 요리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원하는 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거다. 손님도 많이 필요 없다. 열 명 남짓이면 충분하다. 손님들의 세 끼 식사는 내 손으로 완벽하게 책임 질 것이다. ...... 내 레스토랑에는 방을 세 개 만들 것이다. 동쪽으로 생말로를 향해 있는 방, 거기선 아침 식사를 한다. 북쪽을 향한 또 다른 방에선 세장브르가 보이는데, 거기서 점심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서쪽을 향해 있는 방에선 일몰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한다. ...... 물론 매끼마다 메뉴가 달라지는데, 그건 시장 사정, 계절 그리고 내 기호에 따라 결정된다. 내 머리엔 늘 새로운 요리법이 떠오르고, 난 그럴 때마다 잊어버리지 않을려고 공책에 적어 놓는다.
꺅! 먹는 것이 인생의 7할의 낙인 나로서는 이 부분은 읽으면서 황홀할 지경이었다. 벵자멩이 차린 레스토랑 겸 호텔에 고객이 진정으로 되고 싶다. 일출을 바라보며 아침을, 일몰을 바라보며 저녁이라니. 이런 멋진 생각을 한 벵자멩은 분명 멋진 아이가 분명하다.

적은 분량으로 빠르게 읽기 쉬운 책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나처럼 식탐이 많은 사람이라면 책 간간히 나오는 디저트와 음식들 이름에 침이 질질 날지도 모르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도 경고도 해둔다.

벵자멩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에 성공하길. 클레르와 가슴 떨리는 사랑을 이어가길. 그리고 요리사 이상의 요리사가 반드시 되길. 벵자멩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