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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 마이 라이프 kissing my life

이옥수

비룡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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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의 고1, 네 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넷은 서로 친구이기도 하고 둘둘 커플이기도 하다. 그러다 실수로 한 아이가 아기를 갖게 된다. 고딩이 아이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그러니까 이른바 '틴맘'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되자 어찌할지 몰라 여자아이 혼자 낙태를 결정하는데 수술비가 필요해 아이를 갖게 한 자신의 남자친구한테 이 같은 사실을 말하고... 둘은 알바비를 모아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지만 아이가 6개월이 넘어 너무 커서 수술시기를 놓쳤다며 의사는 낳을 것을 권한다. 지금와서 낙태를 하는 것은 엄연한 살인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초음파로 본 자신들의 아이를 차마 죽일 수 없다고 둘은 결정하고 몰래 낳기로 한다. 이때까지 이들의 부모 누구도 자신의 아이들이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언니집에 있다고 부모에겐 거짓말을 하고, 여관에 방을 얻어, 불러오는 배를 감추며 생활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알바를 해서 돈을 조달한다. 그러다가 미혼모 센터에 들어가게 되고, 출산이 임박해서야 엄마한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결국 아이를 낳는다. 소설의 말미는 아이가 분만하는 순간 끝맺을 맺는다.

이 소설에서 옹호하고 있는 것은 뚜렷하다. 어린 나이의 아이를 가졌어도, 그 아이가 엄연히 하나의 생명이며,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권리가 어린 엄마에게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낳는 순간에도 입양을 보낼지, 스스로 길러낼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엄마와 숙고하는 과정으로 결론을 뚜렷하게 처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선택이 어찌됐든 아이는 낳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소설 전반에 깔려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조금 아연한 기분이 되었다. 낙태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소설에서 이런 식으로 틴맘을 미화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끝까지 이런 논조를 견지한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내서 경찰서에 가있는 상황에서 내 임신 사실을 엄마에게 말했다간 엄마에게 충격만 더해주는 꼴이다. 차라리 임박했을 때 말하는 게 낫다고, 임박했을 때 털어놓고는 처음이 아닌 이때 말하긴 정말 잘했다는 듯이 씌여져있다. 나는 이 부분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숨기고 숨기고 또 숨기다가 어쩔 수 없이 낳기 직전에 입을 떼고,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는 식으로 그려지고 있는 이 부분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는 것은 아닌가.

낙태 자체는 옹호할 수 없지만, 어린 나이에 임신한 경우는 그것을 단순한 낙태는 살인행위라는 잣대로 들여다봐야 옳은 것인가. 아이를 갖게 되는 부분은 '미친 호르몬'의 작용으로 주체할 수 없다는 표현에서 조금 뜨악하 기분이 들었던 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이 책이 그래서 나는 무섭고, 싫었다. 문체가 그리 좋지도 않았고, 서사구조도 미약했고, 그걸 다 떠나서라도 이런 식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싫었다. 청소년 도서를 읽고 주로 선물용으로 그 또래 사촌아가들, 과외하는 아가들, 이래저래 연을 맺게된 아가들에게 건네는데 이 책을 그러지 않을 작정이다. 이렇게 일방적인 시선으로 고딩의 임신을 바라보는 있는 책은 무섭다.

청소년 문학은 결국의 궁극적인 주제는 '성장'에 있다. 당황하고 아파하고 외로워하다가 그러나 결국에는 그 모든 것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것을 그려내고 있어, 읽고 난 다음엔 빙싯 마음이 따뜻해진다. 작년에 만났던 제대로 된 청소년 문학 <완득이>는 그래서 더 애착이 갔다. 작년 <완득이>를 접하고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아가들에게 선물하다시피 했었는데, <키싱 마이 라이프> 아마도 내 책장에 고이 꼽혀만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