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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공지영
한겨레출판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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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지영 작가의 책들을 대개 싫어하지만, 빠뜨리지 않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읽는다. 공지영 작가를 인세로 먹고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작가가 되는데 일조하는 셈이랄까.

요 몇년 사이 쉬지 않고 쓰고, 책으로 내고 있는 왕성한 필력으로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신이 났을 것 같다. 한겨레에 에세이 연재에 이어 다음에 본격 소설까지 하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자면 수퍼우먼의 이미지가 떠오른달까. 다음에 소설 연재가 끝나면 좀 쉬려나, 휴식기가 전혀 없었다니 대단하다.

이 책은 한동안 한겨레에 연재했던 에세이들을 엮은 책이다. 공지영식 본격 유머, 즐거운 에피소드 라는 기치 아래 써내려간 글들이다. 작정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쓰겠다고, 제목에서부터 '깃털'을 그것도 '아주 가벼운', 여러개가 아닌 '하나'의 초극량의 공지영 작가식 유머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다. 학부생때 공지영 작가를 만나 책에 싸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공지영 작가가 건넨 유머는 그리 웃기지 않았었다. 한마디 툭 해놓고 반응이 영 신통지 않았던지 스스로 역시 난 이런 말 하면 안돼, 라고 혼잣말을 하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겨레에 연재될 때 읽었던 것도 있고, 그때 미처 못 읽어본 글들을 책 속에서 만나본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후훗, 역시나 빵 터지게 재미난 유머를 구사하지는 않는다는 것. 나는 깔깔거리며 읽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작정을 하고 썼어도, 공지영은 공지영이다. 글 전반에 흐르는 모든 것이 하나에서 열까지 '공지영'이다. 그간 공지영 작가가 써온 산문집에서 읽었던 글과 자전적 소설이라고 했던 <즐거운 나의집>에서 만난 이야기의 복기도 꽤나 많아서 그런 면도 있고 어느 작가든 완벽하게 자신의 색을 탈피해서 글을 쓸 수는 없는 일반적인 면도 그러하니 당연한 것일지도.

깔깔거리며 읽지 못했지만, 별로라고 말할 수도 없다. 알다시피 술술 읽히는 공지영 작가의 글이고, 내용면에서도 꽤나 훈훈하고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막내 아들 제제의 사랑 이야기는 어린아이가 가진 순정에 매료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늘상 감정을 강요하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싫어하지만 에세이는 그나마 덜하달까. 개인적으로 공지영 작가의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더 맞는 것 같다.

냈다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네임벨류작가이니, 출판사측에서 물신양면으로 책에 신경쓴 것 같았다. 감각적인 책의 구성이나 귀염성있는 일러스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볍게 읽힐 무겁지 않은 책을 고려한다면 추천해도 괜찮을 것 같은 책. 그렇지만 그리 진한 감동을 기대하고 책을 편다면 아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