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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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게 된 인간실격은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로웠다.

1. 다자이 오사무의 삶과의 교차점
2. 일본 사소설로서의 인간실격.

절망에 절망의 삶을 살았던 다자이의 삶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다자이 집안은 姓도 없는 농민집안이었으나 고리대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후, 대의원 자리에 까지 올라간 졸부집안이었다. 다자이는 자신의 집안을 경멸하고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영세농민의 착취와 갖은 부정으로 졸부가 되었다는 죄의식은 그가 좌파에 몸 담는 계기가 된다.

같이 투신 자살했던 카페의 호스티스만 죽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 부인과의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역시나 부인만 성공하고 자신은 자살미수에 그쳤다는 절망감에 평생을 얽매여 살게 된다.

요양원이라 착각하고 들어간 곳이 정신병원이었다는 것, 자신을 정신병원에 넣었은 사람이 가족이었다는 괴로움에 엄청난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된다.

인간실격에서 다자이 자신인 요조는, 이러한 다자이의 삶을 압축적으로 그려놓는다. 전체 셋으로 나뉘어놓은 수기에서 자신의 성격적 결함, 세상과의 불화, 인간으로서의 자격 상실을 그려놓는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요조에게 세상이라는 헤게모니는 자신을 철저히 익살과 연기로 살아가게 만든다. 신뢰가 상실된 인간관계와 어떤 유대관계의 모색을 꾀하지 않았고 '가장 추악한 장면을 정면에서 목격하면서 인간성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는 실날같은 희망'마저도 잃어버린다. 결국 인간실격, 죄인 정도가 아니라 미치광이가 되고 만 것이다.

아버지가 우유로 세수하는 그 시대 최고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 스스로 자신를 경멸했던 다자이는 스스로 불행을 선택했던 인물이다. 이상이 결핵으로 죽음을 선택했던 것처럼, 다자이에게 갱생의지를 스스로 꺾고 자살을 선택했던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그는 자살해야만 마땅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생애가 불행은 했지만, 불쌍하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자살이 인간 나약성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엄청난 인간 자유의지의 발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신이 다자이 혹은 요조를 인간 실격시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격 박탈을 자행한 것과 같은 것이다.

자칫하면 감상주의와 자기연민으로 빠질 수 있는 사소설에서, 인간실격이 끝까지 균형을 잡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자기고백체와 타자화를 절묘히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사소설의 특징상 자기고백체는 필수적인 요건으로, 기본적으로 소설을 이끌어가게 한다. 그러면서 감정이 절정으로 치닫을 때에는, 즉 감상주의와 자기연민으로 빠질 수 있는 부분에서는 타인의 눈으로 이야기를 한다든가,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또다시 자신이 바라보는 서술을 선택한다. 결과적으로 과잉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다.

요조를 바라보는 타자화된 요조. 잠재되어있는 2인칭 시점을 찾기는 이런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인간실격 표지로 누가 에곤쉴레를 골랐는가. 탁월한 능력자는 누구인지, 만나면 박수라도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