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아이는 눈썰매장을 갔고 남편은 삼성과 현대의 배구경기를 보고 있다.

오래전 흘러간 노래들을 일부러 찾아 듣고 있고 어디에서 얻은 가계부에다가 일년의 행사를 옮겨 적었다.

일상이 오늘따라 소중하고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아마 좋은 책을 읽어서 일것이다.

예번부터 그랬다. 괜히 우울한날, 여기저기에서 치여 권투경기를 한것처럼 몸이 축처진날도

좋은 책을 한권 읽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다시 기운이 솟고 그랬다.

 

꼭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들을 새해로 많이 그대로 옮겨왔다.

그동안 많이 게을렀던 탓이다.

그중에 연을 쫓는 아이를 꺼내 들었다.

지루하고 어려운 책은 책의 무게도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좋은 책은 그 반대이다.

다음장이 궁금하고 시간이 흐르는줄 몰랐고 눈물도 조금 나왔고 머릿속은 내가 화가가 되어 연신 그림을 그렸다.

 

읽는 내내 나의 어렸을 때를 기억했다.

겨울이면  아빠는 한지와 대나무살로 연을 만들어 주셨다. 꼬리를 길게 하고 거기에 나는 태극문양을

그려넣기도 했고 동네아이들 몇명과 연싸움도 했다. 연을 높이 날리고는 옆의 아이 연의 줄과 얽혀서는

서로 상대편의 연줄을 끊어 뜨리고 했다. 일등이라도 한날이면  개선장군처럼  대문을 박차고 들어서곤했다.

아프카니스탄의 연싸움은 우리와 참 많이 닮았다. 하늘도 닮아있고 연싸움하는 아이들도 닮아있다.

 

책은 중년이 된 아미르가 아버지의 친구이자 정신적 스승인 라힘 칸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시작했다.

어린시절 함께 자랐던 소심하고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어하던 아미르와 하인 알리의 아들 핫산의

전쟁중에 힘들고 어려운 시절부터 그려낸 성장소설이었다.

고작 열두살의 핫산이 당한 일과 그것을 보고도 나서지 못해 괴로워 하는 아미르때문에 울었다.

아미르에게 괜찮다 네가 비겁했던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다시 좋아질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라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간다.

많은 시간이 흘러 만난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핫산이 이복동생이었다고 말해줄때 아~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버지 바바가 그렇게 핫산을 바라보았던 거구나 '

아미르는 핫산의 아들 소랍의 목숨을 구하고 미국으로 데려와 입양한다.

아마 과거를 속죄하는 맘보다는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버린거라고 생각한다.

 

웃음과 말을 잃어버린 소랍에게 아미르는 연을 하늘에 띄었다.

줄 끊어진 연이 나무 위로 높이 떠가는 것을 보고 어린 소랍에게 말한다.

그건 어린시절 핫산이 아미르에게 했던 말이다.

"저 연 잡아다 줄까?.......너를 위해서 천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