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인 울아들은 요새 만화잭에 푹 빠져있다.

작년에 학습만화(한자만화.수학만화.역사만화.....)를 읽기 시작했을때는 '그래 이것도 공부가 되겠지.그리고

만화책도 책인데 읽으면 다 좋은 거지..'했다. 하지만 엄마의 꿈은 컸다. 학습만화책들이 한치의 도움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몇개월 사이에 울 아이는 동화책 읽는 법을 잃어버린 듯하다.

집에 있는 책을 피해다니느라 요새 얼마나 날쌔 졌는지 모른다. 간신히 잡아서  앉혀놓아도 두장을 읽고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재미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어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그럼 재미도 느끼고 흥미를 느낄수 있을까 싶은 내 마지막 보루였다.

마침 학교에서 독서퀴즈대회가 있어서 그중 한권을 선택해 들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

작가 고정욱 선생님은 장애가 있으신 분이다. 그래서 모든 책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석우는 2학년이 된 첫날 영택이의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되었다. 영택이는 다리가 불편해

두목발에 의지해서 걷는데 가방을 혼자 들기에는 무리였기에. 제일 가까이 사는 석우한테 1년 동안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불만 가득한 얼굴로 돌멩이를 걷어차며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다른아이들은 장애인의 쫄짜가 되어 가방을 들어다 준다며 석우를 놀린다.

어느 더운 여름날 땀흘리며 힘들게 걸어가는 영택이의 뒷모습을 보며 동네 할머니들이 말한다.

"저런 자식은 없는 편이 낫지.."  "전생에 업이 많아서 그래"  그순간 석우는 할머니들이 미워진다.

영택의 생일날이었다. 반아이들 모두 초대받았지만 장애인 찔뚝이의 생일은 가고싶지 않다고 석우와 서경이

둘만 생일에 참석했다. 그날 영택은 "왜 나는 장애인으로 태어난 거야. 난 생일이 싫어."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여기까지 아이한테 읽어주는데 목이 메어왔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벌써 세상의 시선에 많이 힘들어 하는 영택이를 보니 맘이 짠하다.

잠시 읽기를 멈춘 나를 아이가 쳐다 보았다. 아이와 나의 눈가가 빨갛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난 우리반에 장애인 친구가 있으면 가방도 들어주고 절대 놀리지 않을 거에요!"

그래 그래..꼭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