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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제대로 읽혀야 하는 성경

오늘도 나는 하나님을 모른다. 어제도 몰랐지만 오늘도 여전히 모른다. 하나님의 무지를 이 책은 일깨워줬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하나님은 고통의 하나님, 해방의 하나님, 검은 하나님, 여성 하나님 이다. 어찌 들으면 불경스러울 수 있는 하나님의 면면을 발견케 해주었다.

하나님의 얼굴을 떠올려 본적은 없지만 그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생각한다면 그분을 늘 백인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백인예수님은 힘의 상징이고 부의 상징이다. 교회에서 가르쳤던 예화중 하나는 이렇다. "봐라. 예수를 잘 믿는 나라들은 부자 나라들이(그러니 잘 믿어라.)"라며 부자 서구국가들의 예를 들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렇게 가르치기도 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예수를 잘 믿는 증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지 어쩌면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하나님을 만나지 못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어계신 하나님은 무엇을 말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필자가 보기에 살아계신 하나님은 오늘도 새로이 만나는 하나님을 말하는 것 같다. 즉 어제의 하나님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 책에서 말하는 바는 그 지점이라고 본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그 얼굴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고통의 중심에 계시고(독일정치신학), 억압받는 사람들을 외면치 않으시고(해방신학), 검은 피부도 가지고 계시고(인종신학), 여성의 향기도 물씬 나신다(여성신학). 하나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준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문제에 대한 신학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이리 우리가 이리 다양한 하나님을 못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것은 자신이 고집하는 하나님 관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한다. "당신이 이해했다면, 그건 하나님이 아니다." 그렇다. 내가 믿는 하나님만 고집하는 것은 실상 하나님을 온전히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필자가 동의할 수 없는 신학적 내용도 있다. 가령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간 대화를 말할 때 “구원에 이르는 여러 갈래 길로서의 종교”라고 말하며 종교의 가치를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일부로 말하는 부분은 동의하기가 힘들다. 창조론의 경우도 갸우뚱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회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했는지 책의 일부를 살펴보면, 저자는 해방신학을 소개하면서 미국 사회에서 억압받았던 아프리카 흑인을 예로 든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노동을 대신하며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왔다. 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는데 백인들은 성경을 지배논리로 삼았던 것이다. 자신들이 읽었던 성경에서 지배원리를 찾아 가르쳤다. 에베소서 6장 5절을 근거로 “노예들아, 이 땅의 주인들에게 두려움과 떨림으로 복종하라”는 명령은 지배원리가 되었다. 하지만 흑인들은 성경에서 출애굽사건을 통해 해방케 하시는 하나님을 읽었다. 이것이 해방신학의 태동이 되었다.

지배원리로 읽힌 성경은 잘못 읽어진 결과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이 본문은 로마제국의 노예제도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 지배원리로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신학은 무엇인가? 시대와 상황 속에서 성경을 제대로 읽자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신학도 그렇다. 단순히 여성에게 안수를 주어야 한다는 식의 힘겨루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복음에 소외된 이들을 조명한다. 흑인 중에 여성들은 소외된 사람들 중에 소외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번역한 박총이 언급한대로 이 책의 차별성은 신학적 동향을 소개하는데 있지 않고 “살아계신 하나님이 어떻게 다양한 역사적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자신을 계시하고, 그들이 어떻게 실제 삶의 자리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에게 반응”하는 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즉 역사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으며 그것을 신학은 어떻게 도왔느냐를 살펴볼 수 있다. 복음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오히려 전통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이 그들을 외면한다. 이는 마땅히 개혁되어야 한다.

여전히 계속되는 목회자나 교회 중직자에 의한 사회적 문제들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만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려면 내 하나님에 대한 못된 고집을 꺾고 다른 신학이 보여주는 하나님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하나님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 역사하시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내가 배웠던 신학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은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본서는 다양한 하나님은 만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준다고 확신한다. 내 것을 버리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신은낙원에머물지않는다, 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