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를 읽었는데 감명 깊게 읽었었다. 휴머니즘에 관한 이야기인데, 앙드레 지드의 권고로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모아서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간의 숭고함과 사람을 대하는 자세, 앞으로 나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 좋은 글을 알아보고 출판을 권고한 앙드레 지드에 대해서 관심이 가게 되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에 대해서 딱히 아는 것이 없어서 검색해보니 그 유명한 “좁은문”의 저자였다. 청소년기 때 읽긴 읽었던 것 같은데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제롬이라는 소년과 그의 사촌 누나 알리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러나 알리사의 동생 쥘리에트도 제롬을 좋아한다. 이를 눈치챈 알리사는 쥘리에트가 상처를 받을까봐 제롬과 자신의 약혼을 미룬다. 쥘리에트는 제롬과 언니의 사이를 알기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이제 두 사람이 결혼해도 되지만 알리사는 자신의 아버지의 불행이 어머니에게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하고 제롬도 자신 때문에 더 의미있는 사람이 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며 자신의 사랑을 억누르며 제롬을 밀쳐내고 신앙에 의지를 하게 된다. 아직 미숙한 소년 제롬은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알리사가 원하는대로 맞춰주면서 기다린다. 그러나 알리사는 자신을 스스로 옥죄어서 그런지 심신이 약해져서 죽게 된다. 이로써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 질수 없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괴테의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이 자꾸 오버랩 되었다. 사랑으로 아파하는 젊은 청춘들 제롬과 베르테르가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제롬이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알리사와의 사랑이 이루어졌을 것 같은데... 안타까웠다. 그리고 쥘리에트 또한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았지만 현실을 파악하고 자신의 삶을 꾸리는 것으로 보여지나 그녀에게도 안타까운 연민이 일었다. 삶이 간단치 않고 쉽지 않은 것 같다. 무 자르듯이 자르거나 OX퀴즈처럼 간단하면 좋으련만.. 그럼 삶의 깊이는 옅어지겠지만 속은 편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여하튼 고전소설은 줄거리는 재미있으면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다시 느꼈다. 몇 가지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적어본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한 순간만을 언뜻 보고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너희가 싫어하는 내 누님의 모든 점도 다 그럴만한 여러 가지 사건을 겪다보니 생기게 된 것이고, 그 사건들을 너무나 잘 아는 나로서는 너희처럼 가혹하게 비난할 수가 없구나
제롬과 그의 사촌 누이들이 이모의 흉을 보자  알리사의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한말이다 페이지 :  47 p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예전의 나를 그리워하면서!
페이지 : 155 p 제롬과 알리사가 말다툼할 때 알리사가 한말인데.. 감정이입을 해본다

 

	아무리 행복하더라도 진전이 없는 상태를 소망할 수는 없다
페이지 : 217 p 이 글은 알리사의 일기에 있는 글귀인데 알리사의 고뇌를 보게 되기도 하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