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나에게 재미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공중그네, 인더풀, 남쪽으로 튀어!가 그랬고 이번 소설 역시 그러했다.

난 솔직히 최악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악이란 단어를 잘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책의 제목이 최악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너무나 경악하게 최악스럽다. 최악이란 단어 외에는 이 상황을 표현 할 길이 없다.

이 소설에는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47세의 가장 가와타니 신지로.  그는 조그마한 철공소의 운영자지만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성품 때문에

항상 손해 보는 삶을 산다. 어느정도는 자기 이익도 챙길 줄도 알고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거절 할 줄도 아는 법을 배웠더라면

그렇게 힘든 삶은 살지 않았을 텐데... 신지로를 보니 우리네의 부모님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23살의 후지사키 미도리. 남자들 틈에 끼어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 때문에 일이 꼬이고 즐거운 일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점장에게 성추행까지

당하고 그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는 바람에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다.

알코올 중독증에 걸린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자라고 다른 남자와 바람나 나가버린 어머니를 못내 그리워하는 20살의

노무라 가즈야. 폭행에 도박에 도둑질에 온갖 나쁜 행동은 다 하고 다니면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 세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상황들이 어처구니 없이 최악이다.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이들이 한 군데로 뭉치게 되는데... 서로 자기가 가장 불행하다고 울부짖는 그들의 모습에

진심으로 그들이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코 짧은 내용의 소설은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읽혀지는 스피드 소설이다.

요즘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데 부디 세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고 나의 인생이 그렇게

최악이지는 않구나... 라고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