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큰 스승들의 가르침은 언제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곤 합니다. 그렇기에 설령 자신과 종교가 다르다 할지라도 이런 시대의 큰 스승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지혜라고 할 수 있죠. 여기 우리 시대의 스승이라 불리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달라이 라마입니다. 물론, 달라이 라마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직책입니다. 마치 이집트의 왕들을 모두 파라오라 부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지도자를 가리킵니다(종교적, 정치적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종교적 지도자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정치적 지도력을 이양했거든요.).

 

이 책, 『10대를 위한 인생 수업 달라이 라마에게 묻다』는 바로 이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어요. 물론, 가르침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에요. 책의 전반부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어린아이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달라이 라마가 독일의 10대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 10대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이 실려 있어요.

 

시대의 스승 달라이 라마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는 내용들은 참 많아요. 그렇기에 그 말들을 다 언급하긴 어렵죠. 하지만, 그 모든 내용들을 제 나름대로 중요한 하나의 개념으로 압축한다면, 그건 바로 우리 모두는 한 형제자매라는 겁니다. 인류는 하나라는 말이죠.

 

요즘 시대는 사실 ‘우리’가 사라진 시대입니다. 가뜩이나 ‘나’만 커지는 시대죠. 그렇기에 어쩌면 타인을 향한 자비심도, 타인을 향한 배려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달라이 라마는 자비와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우리’의 개념이 커지게 된다면 다툼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타인을 향한 배려도 쉬울 겁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관용과 포용이 가능하게 될 거고요. 이 ‘우리’의 개념이 커질 때, 환경보존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겠죠. ‘우리’가 커질수록 자비와 사랑의 실천이 가능하게 되겠죠. ‘우리’가 커질수록 이 책에서도 거듭 강조하는 ‘세속적 윤리’를 외면하지 않게 될 거고요. ‘우리’가 굳건해질수록 불교에서 말하는 까만 행동(나쁜 카르마)는 줄고 하얀 행동(좋은 카르마)이 늘겠죠.

 

또 하나 생각하게 되는 점은 달라이 라마의 지나온 삶은 대체로 망명자의 삶이라는 겁니다. 중국에 의해 짓밟힌 조국 티베트를 바라보는 달라이 라마의 시선이 어떨지 짐작이 가죠. 그런데, 이런 달라이 라마의 아픔은 오히려 커다란 힘이 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아픔의 경험은 비슷한 아픔의 삶을 외면치 않게 하고 도리어 공감하게 하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의 경험이 이 시대의 수많은 난민들의 눈물을 어루만질 힘이 되는 거죠. 그래서 눈물이 곧 사명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오늘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겠죠.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지만, 어쩜 이런 것 역시 타인을 향한 돌아봄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물론 책 전체가 다 어렵진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의 가르침이 언급되는 부분들은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이런 좋은 가르침이 씨앗이 되어 그들 마음 밭에 심겨진다면, 언젠가는 멋지게 싹이 트고 열매를 거두게 될 날이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조금 어렵더라도 아이들이 읽고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따뜻한 마음씨, 좋은 씨앗이 아이들의 마음에 심길 수 있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