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원래 CD케이스에는 1이라는 표시가 없다. 하지만 본인은 1이라는 숫자를 추가하고 싶다. 이 CD는 김건모가 포함된 나가수 1기(나는 그렇게 부르고 싶다.)의 경연 곡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앞으로 임재범, BMK, 김연우가 포함된 2가 당연히 나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속편들도 당연히 나와야겠지. 

실로 거의 십년 만에 다시 음악 CD를 수집하고 싶은 충동이 되살아난 것은 바로 문제의 ‘나는 가수다’ 때문이다. 결혼을 하기 전만 해도 음악 CD를 구입하고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한 취미이며 가장 많은 돈을 꼴아 박은 것이었다. 대충 500장 정도의 CD를 수집했었다. 공군장교로 지방에서 군대 복무할 당시 서울에 올라오면 항상 들렀던 곳이 종로에 있는 시사영어사의 뮤직랜드였다. 워낙 단골이라 항상 보너스를 많이 받았었다. 클래식에서부터 영화음악까지 아주 다양하게 CD를 수집했지만 가장 많이 모은 분야는 록음악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줄고, 때마침 등장한 벅스, 소리바다 등의 디지털 음원은 CD구입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당연히 음악 CD와 멀어졌다. 한국에 돌아와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된 음악들은 원래 나의 취향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 결과 항상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보는 TV채널은 YTN아니면 MBN이었다. 사회과학 전공자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가수가 등장한 후로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항상 밥 먹을 때는 공중파 다시보기로 나가수 재방송을 보고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도 외국어(주로 영어)를 틀어 놓았지만 이제는 나가수 동영상이나 mp3를 틀어놓게 되었다. 덕분에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 못 본다고 툴툴거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음악 쫌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mp3는 압축 과정에서 CD에 비해 상당히 많은 정보가 상실된다. 간단히 말해서 음질이 딸린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실로 오랜 만에 음악적 즐거움을 제공한 나가수의 CD를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전반적으로 음질 상태는 좋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정보가 너무 적다. 곡에 따라서 어떤 것들은 실제 방송에서 했던 실황을 그대로 실은 것들도 있고 스튜디오에서 다시 녹음한 것들도 있는데 이러한 사실에 대한 정보가 없다. 예를 들면 2차 경연 CD에서 박정현, 윤도현의 곡은 경연실황이다. 반면에 백지영이나 정엽의 노래는 스튜디오에서 새로 녹음했다. 덕분에 경연에서는 빠졌던 부분이 추가되어 있어 시간과 가사가 늘어났다. 그런데 CD커버에는 이러한 정보가 전혀 없다. 대신 사진과 가사만 있다. 이것은 매우 불친절하다. 따라서 2기의 CD를 제작할 때는 정보를 좀 더 친절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오늘날과 같은 동영상이 일반화되기 전만 해도 음반은 스튜디오 녹음과 공연실황을 담은 것 두 가지로 제작되었다. 스튜디오녹음은 한 장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공연실황은 사실상 모든 공연 각각의 질이 다른 별개의 것이다. 예를 들어 하드락의 공연실황 가운데 전설 중의 하나인 딥퍼플의 72년도 동경 공연은 made in Japan의 경우 서로 다른 공연을 녹음한 CD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들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대표곡 Highway star의 맛이 완전 다르다. 락음악은 즉흥연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연주나 이안 길란의 보컬 맛이 아주 차이가 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CD값이 매우 비싸서 제일 괜찮은 공연만 모아놓은 한 장짜리 live in Japan이 따로 나왔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냐하면 임재범의 ‘빈잔’을 피처링한 차지연의 말 때문이다. 임재범의 ‘빈잔’은 본 공연보다는 그 전날 리허설 때가 훨씬 좋았다고 했다. 화제가 되었던 김범수의 제발의 경우에도 김범수 스스로 리허설 때 훨씬 잘했다고 했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나가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인 서바이벌 경연의 성격상 가수들이 대부분 리허설보다 실제 공연에서 제 기량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MBC가 기왕 하는 김에 좀 더 신경을 써서 리허설 버전, 실황버전을 함께 CD로 제작하는 수고를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이게 어려우면 동영상만이라도 더 제공해주면 음악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