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서점에서 온다 리쿠의 글을 연재한다고 해서 꽤나 흥미를 가졌었다. 온다 리쿠하면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유명한 일본 작가이고 나 또한 그녀의 책을 몇번 접해봤기에 이 소식은 정말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결국 연재 당시엔 읽지 않았지만 책이 나오고 나서 그녀의 책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이 책...... 도대체 그 정체가 무얼까? 도대체 초감각 소설은 무슨 소설들이고 기이해보이는 표지는 도대체 어떠한 의미인지 책을 받아들고 펴 보지도 못한 채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총 1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호러라든가 기이함들이 모두 다 녹아있는 액기스 같은 느낌의 책이다. 그 액기스라는게 너무나 지독해 몇몇의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하지만 말이다. 결국 그 기이함으로 인해 아무리 글을 읽어 내려가도 몇몇의 단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만 했다.

 

한 인터넷 서점에선 이 책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소개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듯 하다. 난 베르베르씨의 작품세계 또한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읽어가며 그녀의 이야기들이 일본만화 <충사>와 느낌이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에 괴기스럽다는 것, 소설이라는 점이 베르베르씨의 나무와 비슷할지라도 오히려 이 책은 일본만화 <충사>와 매우 유사하다. 특히나 나비로 죽은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나비사의 이야기는 믿고 따르던 누이를 잃고 충사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 깅코의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상상하지도 못할 기이한 사건들은 마치 충사에서 벌레라고 부르는 불길하고 꺼림칙한 이형의 무리에 마음이 빼앗겨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충사에선 깅코라는 주인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보여주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나비는 이해라든가 공존이라든가 그런 면을 보여주지 않은채 그저 기이하고 지독하기만 하다.

 

온다 리쿠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난 이 책을 절대 추천하지 않으련다. 베르베르씨와 나무나 뇌, 모파상의 단편집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