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읽기위한 최소한의 인문배경지식,<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권이 출간되었다.

작년에 출간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권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에 나온 제 2권이 정말 반갑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은 그 알찬 내용이 입소문을 타고 작년에 꽤나 호평을 받은 인문서적인데 2권도 1권 못지않게 잘 짜여진 구성과 내용에 호감이 간다.

인문학의 열풍은 사그러들 줄을 모르지만, 우리가 정작 알고있는 인문학적 지식은 과연 얼마나 되나? 인간에 관한 학문인 인문학은 그 저변에 깔린 배경도 알아야할 지식도 분파로 나뉜 학문체계도 너무나 많아서 압도당하기 일쑤지만 좋은 가이드책을 만난다면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는 회화/문학/과학/사회과학/미학 순으로 모두 5장이 배열되어있는데, 회화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술(미술)로 1권에는 없어서 아쉬웠던 원시미술에서 사실주의까지 모네 이전의 회화를 시대순으로 조망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원시미술과 이집트미술에서부터(이집트 미술이 개인적으로 반갑다. 그리스로마미술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이상미를 추구한 그리스 미술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로마미술, 그리고 오로지 신이 우선이었던 중세미술(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와 로코코, 그리고 다음에는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와 대를 잇다가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마네의 시대로 끝을 맺고 있다.

문학에서는 문예사조를 함께 살핀다. 그리스 문학과 그 뒤를 이은 로마의 라틴문학, 기독교라는 종교문학과 중세 기사문학, 르네상스 다음에는 그리스를 숭배하는 고전문학과 그 고전주의에 반발하여 나오는 낭만주의, 프랑스가 중심이 되어 러시아에서 꽃핀 사실주의, 운명론을 주장하는 자연주의와 그 후의 상징주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등장하는 전후 실존주의 문학과 누보로망, 영미의 모더니즘과 그 모더니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이 한권으로 서양의 문학과 문예사조를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자연과학이 인문학에 들어간 것이 약간 의아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과학이 원래 철학의 일부이고 또 과학의 중요사건을 이해해야지 우리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일부러 과학을 독립된 장으로 끼워넣었다고 한다.

사실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자연철학과 관계가 있으니 틀린 말이 아니겠다. 서양에서는 헬레니즘 시대를 거친 후에는 오히려 이슬람쪽에서 과학이 발달하는데 르네상스 이후에는 서양이 서서히 동양을 제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튼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과학자들이 줄줄이 나오고 다윈의 진화론을 거쳐 현대에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들고나오지만, 과학과 철학의 경계는 명확히 해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과학에 대해 무지해서 뒤르켐이나, 마르크스, 베버 다음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다렌도르프나 파슨스, 머튼,호만스, 코저같은 이름이 낯설었다. 사회과학분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반성해본다. 포퍼, 하버마스, 사이드도 이름이야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고 수박겉핥기 식이니 이건 모른다고 해야하지않을까. 내친 김에 사이드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미학은 철학의 한 분야지만 아름다움과 관련이 있어서 관심을 끄는 데 이 책에서는 대중문화와 연계시켜서 설명한다. 그래도 역시 철학이라 나에게는 결코 쉽지가 않은 분야다. 이것도 시대별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의 신학적 미학, 르네상스와 합리주의 미학까지는 그렇다쳐도 경험주의 미학에 이어 칸트와 헤겔의 미학, 쇼펜하우어와 니체 다음부터는 현대미학은 정말로 잘 모르겠다. 미학파트는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시리즈는 인문학 가이드로는 상당히 상세하면서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책이다. 다음 3권도 나올 것인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