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여태껏 어떤 책이 재미있을까만 염두에 두고 책을 골랐었지 어떤 책을 어떤 식으로 읽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아서 부끄럽기만하다. what만 알았지 how에는 무지했다고나할까.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철학교사 권희정이 쓴 글이다. 그이는 각종 언론과 교육매체에 글을 연재하거나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은 월간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한 글을 묶어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해서 이 책은 모두 36권의 고전과 명저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저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런 책들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과 시대상황, 세계의 변화 흐름을 제시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독자가 직접 사고하기를 철학하기를 권유한다.

이 책은 전부 6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환경과 미래편에서는 과연 500년 뒤에도 인류가 살아있을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질문에 대한 것들이다. 여기서 소개된 명저는 도둑맞은 미래, 문명의 붕괴, 인구론, 미래의 충격, 작은 것이 아름답다, 히든 커넥션.

인간편에서는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이기적일 수 있는 이유와 함께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인류와 문명에 관해 물음표를 던진다. 털없는 원숭이,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국화와 칼, 대중의 반역, 다중지능-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이타적 유전자, 호모 루덴스, 존재의 심리학이 저자가 고른 이 분야의 고전이다.

역사편에서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역사를 바꾸었는지 그래서 문명은 진보하는 것인지를 질문하면서 역사를 만드는 일곱가지 코드를 진단하고 있다. 천안문, 혁명의 시대, 창조자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객관성의 칼날, 인간 등정의 발자취같은 책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사회편에서는 군중과 권력의 본질을 찾으면서 정치가 인간사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는지 인본주의와 권력의 함수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제시되는 저서는 북학의, 군중과 권력, 감시와 처벌, 맹자, 유토피아다.

철학과 윤리편에서는 오래된 명제인 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라는 질문을 탐구하며 철학의 이유와 올바르게 산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찾아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니코마코스 윤리학, 장자, 채근담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과 문명편에서는 동양과 서양, 야만과 문명, 질서와 무질서의 대립과 변주에서 충돌과 공존을 읽어내고 있다. 오리엔탈리즘, 문명의 공존, 야생의 사고, 신의 가면, 같기도하고 아니같기도하고, 카오스를 읽어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이처럼 저자가 정성껏 소개하고 제시하는 각 분야 고전명저들을 직접 읽어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않을 때에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책에 대해 아는 기쁨도 크지만 그보다는 이 세상과 사회와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미래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단순히 흥미유발이나 지식과 정보를 쌓는 측면만이 아니라 질문으로 사고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렇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나가며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