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김영수는 한마디로 말해서 사마천의 사기(史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년동안 중국을 100여 차례나 오가면서 <사기>와 관련된 숱한 저서를 출판했을뿐 아니라 각종 강의를 통해 사기의 지혜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고 또 중국사마천학회의 회원이기도 한 분이니 말이다.

오랜 세월동안 <사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해온 저자는 이번에는 사기에 나오는 고사성어 1,200여개 중 300개를 정리하여 그 고사성어에 담긴 뜻과 의미해석 이외에도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를 담아서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고사성어와 명구들....

저자는 "말이 달라지면 생각의 길이 달라지고, 생각의 길이 달라지면 인생의 길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 책은 주제어에 따라 모두 7개의 장으로 분류되어있다.

一. 생사(生死): 어떻게 죽을 것인가 

二. 관조(觀照): 이성과 감성의 조화 

三. 활용(活用): 융통성(融通性)이란 유일한 원칙 

四. 언어(言語): 말은 마음의 소리 

五. 사로(思路): 노력보다 방법이 중요하다 

六. 유인(誘引): 마음의 길, 심로(心路)를 내서 이끌어라 

七. 승부(勝負): 승부는 책임을 동반한다

 

이 목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음을 알 수가 있다.

먼저 생사편. 사람이 마지막에 어떻게 죽는가, 어떤 식으로 종말을 맞이하는가 어찌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일생을 대별한다고도 할 수 있으니 가장 무거우면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이 삶을 결정한다고 본 사마천.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사마천은 흉노에게 항복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궁형에 처해지게된다. 그러나 그런 치욕을 견디면서도 살아남아 <사기>라는 위대한 역사서를 저술했으니, 오늘날 현대에까지 그가 위대한 역사가로 이름을 남기면서 <사기>가 전해져내려온 데에는 사마천이 그 때 죽음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구우일모(九牛一毛)라는 고사성어가 등장한다. 당시 사마천은 자신이 그 때 죽어버리면 아홉마리 소에서 털 한 올 뽑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던 것이다. 즉 그처럼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해서 하잘것없이 죽을 수는 없다고 하는 것이 사마천의 인생관이었다.

지금도 구우일모라고 하면 아주 많고 흔해서 하찮은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고사성어에서는 단순한 뜻과 사전적 의미 이외에 그 뒤에 숨어있는 사마천의 절망과 극한심정, 그리고 그 극복과정을 생각해보면 엄숙한 기분마저 든다.

또 부귀다사 빈천과우(富貴多士 貧賤寡友)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부자거나 지위가 높으면 사방에 사람들이 득시글대고, 가난하고 천해지면 사람들이 다 떠나간다는 뜻이다. 이는 본디 맹상군의 고사에서 나온 말로, 3천명이나 되는 식객을 대접하던 부유한 영주 맹상군도 왕의 미움을 사게 되니 사람들이 떠나가버렸다는 이야기인데 본래 사람의 심리가 그렇기도 하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뭇 소인의 심리가 그러하니 아무리 세상사가 그렇다해도 한숨이 아니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천 년 전의 사마천도 인간의 의리없음에 한숨을 쉬었다고 하니, 사마천이 한숨 쉬었다는 바로 그 대목에서 참으로 쓴웃음을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사의 이치나 인간의 본질이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 없음에 한탄이 나오면서도, 또한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서 현재의 내가 나아갈 바를 모색할 수 있으니 인생길의 선택은 역시 나에게 달린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