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데에도 끌렸지만 그보다 더 끌린 것은 제목이었다.

모던 하트. 

어떤가?

저 제목만으로도 어쩐지 굉장히 근사하고 굉장히 현대적으로 들리지 않는가? 

모던하고 모던해서 그야말로 초초모던한 모던의 심장부를 한번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소설을 한번 읽어보게 되었다. 왜냐면 나는 모던과는 애시당초 거리가 먼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더구나 현대 한국사회와 현대 한국사회의 유행과 현대 한국사회를 살고있는 한국인과 그들의 욕망같은 것에는 도무지 무지할 뿐더러 관심조차 없는 독보적인(내지는 현대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한없이 이상하고 괴물같은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인간이기 때문에.

하여 도대체 한국사회의 모던 하트의 모습과 내막을 한번 들여다보고 세상돌아가는 이치와 실상을 파악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고한다면 너무 거창할까, 아니면 가련할까.

각설하고.

소설의 화자는 37세의 싱글여성으로 직업은 헤드헌터인 미연이다. 요즘은 헤드헌터라는 직업명이 사람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설명은 사족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경력있는 인재와 그런 인재를 필요로 하는 회사를 서로 소개하고 연결시켜주는 직업중개사라고 말하면 되겠다.

그런데 이 미연이란 주인공의 조건을 한번 보라. 37세 싱글여성이라고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외계인 혹은 괴물딱지 취급을 받기에 참으로 적합한 자격조건이다. 물론 미연은 독신주의자가 아닌 고로 현재 두 남자 사이에서 은근히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지만 어째 이 두 남자 모두다 그리 마뜩치가 않다. 국내 제일의 사립대인 y대출신의 태환에게 저울추가 기울어서 그가 부르는 곳으로 언제든 달려가는 미연. 그리고 그런 미연이 부르기만 하면 그녀에게 와주는 지방대 출신의 평범남 흐물. 그렇다고 이 두 남자에게 무슨 절절한 사랑이나 애정을 느끼는 것은 아닌 미연. 

미연의 여동생 세연은 서울대 출신의 학벌좋은 남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여태까지 사법고시만 준비하는 무능력남이라 직장다니랴 아이키우랴 집안살림하랴 아내만 바빠서 죽어나는 속칭 슈퍼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미연의 친구나 이웃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나와서 남편과 시댁 흉보기에 여념이 없는 주부,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해서 부동산으로 한몫 벌려는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학벌인데, 대학학부를 어디를 나왔느냐가 그사람의 전체 인생을 완전히 낙인찍는 족쇄가 된다. 미연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닌 바 그녀가 전문대를 나왔다는 것을 태환이 알게 된 순간 태환과 미연 사이에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선이 그어지고 만다. 

하지만 이는 미연도 마찬가지. 그녀 자신도 의식과 사고의 한켠에는 학벌에 아무 편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흐물보다 태환에 마음이 간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학벌 아니던가?

미연의 직업이 헤드헌터이므로, 인사채용에서 우리사회가 어느 정도로 학벌에 좌우되는가하는 실상 역시 미연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광경에서  잘 드러난다.

 

- “미연 씨가 아직 대한민국을 모르는구나. 대한민국에서 출신대학은 낙인이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 경력 좋고 대학원 좋은 데 나와봐야 아무 소용없어. 대학을 좋은 데 나와야지. 학부를 좋은 데 안 나온 사람은 절대 A급이 못 돼. 외국계 회사도 정말 인지도 높은 회사는 사람 뽑을 때 출신대학 다 따져. Z사 봐. SKY 출신 아니면 아예 이력서도 보내지 말라고 하잖아? 서울대 대학원, 아니 하버드 대학원 나와도 대학 좋은 데 안 나오면 다 꽝이라고.” 

 

또한 한국사회에서 나이많은 싱글 여성이 어떤 편견에 시달리는지는 극히 일부, 그것도 정신적 면에서만의 극히 일부가 다음의 글에서 드러나고 있다.

-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건 얼마나 큰 손해인가.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인 사람을 만나면 자유로워서 좋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자유를 존중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선택한 삶에 따르는 무거운 짐은 당연한 듯 나누어 들자고 한다. 그들에게 나란 존재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어서 시간이 넘쳐나는 인간일 뿐이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를 한살 두살 먹을수록 이 현상은 심화된다.

 

흐물과도 태환과도 관계가 끊어진 미연에게 이윽고 들려오는 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흐물의 결혼소식. 흐물을 그렇게 놓쳐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지만 이미 늦어버린 미연은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다. 

"세상에는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지나가버리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던 하트>는 페이지가 잘 넘어가고 쉽게 술술 읽힌다. 더구나 현대 한국사회의 풍속도를 가감없이 그리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속물의식과 이율배반적 심리를 주인공 미연과 그 주위 인물들을 통해서 더할 수 없이 사실적으로 적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책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