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위징아라고 하면 대개는 가장 먼저 호모 루덴스를 떠올릴 것이다.

일명 놀이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여기에 호모 루덴스를 덧붙인 요한 하위징아.

그러나 그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역사학이었으니, <중세의 가을>이라는 저작 하나만으로도  세상 사람들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문화사가로서 요한 하위징아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참에 이번에 하위징아의 생애와 저서들을 다룬 평전이 최초로 나왔으니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하위징아와 같은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의 교수 빌렘 오터스페어는 <요한 하위징아>에서 유명한 역사가이자 선배교수라고 할 요한 하위징아의 세계를 그의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예리하고도 깊이있게 설명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네덜란드 북부지방 흐로닝겐에서 태어난 하위징아는 어린시절에 흐로닝겐의 카니발에 매혹을 느껴 평생을 의례와 축제, 놀이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그가 어릴 때부터 동화와 연극을 사랑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 하위징아의 조부는 독실한 종교인이었으나 부친은 과학을 중시하여 생리학 교수가 되었는데, 조부와 부친의 이런 대조적인 면이 하위징아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즉 과학과 종교가, 이성과 감성이, 개인과 공동체가, 변화와 영원이 하위징아의 사고방식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후 이런 대조와 모순은 하위징아의 저술에서 하나의 큰 틀을 형성하게 된다.

대조와 조화, 특수와 보편,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면들을 또한 서로 통합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하위징아.

그는 십여 개가 넘는 언어를 구사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이와 같은 언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언어에서 인문학이 나왔고 또 인문학이 언어학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의 그런 사고가 또한 역사와 문학의 관련성을 밀접하게 하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다.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역사학자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하위징아의 표현력은 뛰어나고 아름답다.

그와 같은 표현력은 그가 일찍부터 시각에 예민했을 뿐만 아니라 언어의 청각적 리듬에도 색채에도 이미지에도 흥미를 느껴 이를 공감각적으로 혼합하여 사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저자 오터스페어는 하위징아를 역사학자를 넘어서서 고전작가라고 일컫고 있으며, 하위징아 스스로도 "역사는 가장 높은 의미의 시(詩)"라고 말했다.

과거를 파악하려면 과거 그 시대의 미술이나 문학같은 예술도 함께 보아야한다고 주장했던 점은 하위징아의 문화예술사가로서의 면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이 평전은 하위징아의 사상 세계를 그의 삶과 저술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요한 하위징아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평전부터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하위징아의 저서를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을 테니 말이다.

또 하위징아의 저서를 이미 읽어보았다면 이번에 발간된 이 평전으로 하위징아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아직 하위징아의 책을 읽지는 않았으나 이번에 이 평전 <요한 하위징아>를 읽고서 중세의 가을을 빨리 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아직 국내에는 하위징아의 책이 모두 다 번역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세의 가을과 호모 루덴스 정도일 것이다.

하위징아의 나머지 책들도 번역이 되어 나올 그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