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하면 아무래도 대다수 한국인들은 정서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조금 멀게 느끼기 마련이다.

문화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유럽, 인간에게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자연과 동물의 세계 아프리카,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호주나 북미에 비해, 남아메리카라고 하면 뭔가 정열적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나라와 대륙이라는 인상을 주는 곳이다.

이 남아메리카의 6개국 페루,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칠레를 오소희 작가는 골고루 돌아본 다음에 여행서를 펴냈다.

그것도 2권씩이나~!

더구나 어린 아들까지 데리고 다녀온 여행이라니, 그녀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은 남미여행서 1부인 <안아라, 내일은 없는 것처럼>, 2부인 <그러므로 떠남은 언제나 옳다> 이렇게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가 손에 쥔 책은 1부였다.

남미로 여행을 떠났으니 당연히 스페인어는 기본으로 구사하는 줄 알았는데 하나도 모르면서 벼락치기로 잠깐 공부하고 용감하게 떠난 그녀, 오소희.

첫머리부터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읽게 된 이 여행기는 그러나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언어가 아님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남미라는 낯설고 새로운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그 속에서는 남미 사람들이 비록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어려울 지 몰라도 그들의 유연한 삶,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아둥바둥 악착같이 물질에만 매달리는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사랑하고 즐기는 라티노들의 마음과 배려와 소통이 여지없이 배어나온다.

현재를 즐겨라, 인간을 사랑하라.

그렇게 세상을 향한 또다른 시선을 포착한 작가의 여행은 결국 사람이야기. 

그녀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과 그 사이에서 생겨난 에피소드는 삶에 대한 또다른 통찰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흔히들 이야기하듯, 우리는 생의 나그네들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일하고 금은보화로 창고를 채워두려 하지만, 사실 나그네에게 축적은 무의미하다. 생은 ‘현재’에 짤막하게 머물다 사라지는 것. 
그 짤막한 현재에서 해낼 수 있는 최상의 일은 미련하게 방을 금은보화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방의 침대에서 매트리스가 벗겨지도록 행복하게 뒹구는 일일 것이다.

지금 네가 머무는 곳에 앉아라. 곁에 있는 사람의 입을 맞추고 사랑을 속삭여라.

죽을 때 후회되지 않을 만큼 사랑해, 사랑해, 그리고 또 사랑해 속삭여라.

이유를 묻지 말고 안아라. 

내일을 생각하지 말고 안아라.

                  (p. 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