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에서 첫 장을 장식하는 인물은 항시 소크라테스다.

"철학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는 칭송을 받는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도 유명하고,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명언에도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그리고 더 유명한 것은 "악법도 법이다"라며 독배를 들어 최후를 맞이했다는 그의 일화인데, 과연 소크라테스가 저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소크라테스의 죽음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미 70살이나 되어 세상 살 날이 그리 많이 남지도 않은 노인을 아테네가 굳이 서둘러 죽이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소크라테스는 소피스트들과 불화했고 이에 따라 소피스트들은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를 뒤집어씌워 죽였다고 하는데 과연 이유는 그것뿐이었을까?

 

작가 베터니 휴즈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아테네의 변명>이라는 책을 써냄으로써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그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자답게 휴즈는 책의 첫머리를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에서부터 시작하면서 마치 현대를 사는 우리가 기원 전 5세기의 그리스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들어간 양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당시 고대 아테네의 모습은 어떠하였는지, 민주주의가 꽃핀 아테네 그 폴리스의 공동체 의식과 참주정치, 민중권력, 화폐경제, 종교와 예술, 아테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전쟁과 학살, 소송과 연설 등 아테네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아테네의 유적 사진과 더불어 당시 아테네 시민의 생활상과 그리스 문명, 각 폴리스의 동맹과 갈등과 전투양태를 전해주고 실제 역사적 인물과 고대 문헌들을 인용하면서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받을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아테네가 전성기인 시절에 태어난 소크라테스. 

그러나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이 열렸을 무렵의 아테네는 이미 국세가 기울어가고 있었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 아테네 사회는 혼란해졌고 정정은 불안했으며 경제사정 또한 열악해졌다.

하필 이 시기에 사회를 비판하고 나선 소크라테스였으니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테네 사회가 그런 그를 희생양으로 삼아 피를 보고자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휴즈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공들였다고 하는데 그 공이 과연 헛되지 않았음은 이 책을 직접 대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첫머리에 나오는 그리스와 소아시아의 지도와 아테네, 아고라의 지도에서부터 저자가 자신이 역사학적 고고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묘사하는 당대 아테네의 풍경과 사회관습과 생활과 시민들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아테네의 속살을 이렇게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도서는 그리 흔하지 않다.

더하여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과 죽음이 아테네의 역사와 세계사의 족적에 무엇을 남겼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최고의 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