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며 애들 돌보기며 바쁜 일상속에서 스쳐지나가다 우연히 잡은 책 한 권

열살 소녀 지원이의 영어 동화책이였답니다.

10살 꼬마 아가씨가 지어낸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지원이 엄마가 들려주는 영국 초등학교 이야기,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흘러나와 책을 덮을 수가 없더라구요.

 

지원이의 일기장을 옮겨 놓은 듯한 이 책은 표지부터 왠지 감성이 폴폴 뭍어 나왔답니다.

5살 루나도 자신의 책인 줄 알고 들쳐보았다가 토끼 그림만 실컷 감상하고 엄마에게 전해줬지요.
로리와 도리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바로 지원이 동화 속 주인공 쌍둥이 남매더라구요.

5살, 3살 자매둥이 엄마로써 10살이 되면 이렇게 스스로 동화를 지어낼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사실에 놀랍고 멀리 있는 지원냥이 참 기특해 보였답니다.

지원이가 동화를 쓰게 된 계기는 바로 숙제때문이였더라구요.

매번 새로운 단어그룹을 받고 그 단어를 가지고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게 숙제인데

지원이는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캐릭터를 만들어서 동화속에 그 문장을 녹아들게 했답니다.

간단하게 끝낼 수도 있는 숙제인데 스스로 계획하고, 상상하고, 고민하여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지원이에게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재미가 없었다면 불가능 한 일이였을 것 같아요.

영어 작문 수준을 떠나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서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

10년뒤 지원이의 모습이 얼마나 더 멋있게 변해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지원이를 보고 있으니 왠지 훗날 루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우리 큰딸 루나도 지원이 언니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고 매일 즐겁게 책을 보는 5살 꼬마거든요.

지원이 언니처럼 멋진 동화를 쓰는 수준은 아니지만 단어카드를 두장 씩 임의로 뽑아서 이야기 만들기 놀이를 즐겨하지요.

스케치북에 공주님과 왕자님을 그려놓고선 설명해주는 것도 즐겨하구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책읽기를 좋아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루나에게 국어는 괜찮은것 같으나,

수학이 좀 부족한 것 같다며 얼마전에 유아수학 교재를 사서 슬쩍 들이밀었답니다.

교재를 몇장 하다가 안하겠다는 루나를 보면서 아차! 싶더라구요.

 

5살 꼬마에게 전과목 만점을 받기 위해서 국어는 이만하면 된것 같으니 수학과 영어에 힘쓰자고 하는 열혈 엄마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예요.

늘상 루나가 건강하고 행복한게 제일이예요..라고 말은 하면서 말이죠.

이 책을 보면서 지원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주면서 그 재능을 더 크게 키워주시는 엄마,아빠와 좋은 밀러선생님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직은 시험도, 숙제도, 누군가와 비교할 일도, 장래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할 때도 아닌

가장 행복한 유아기를 보내고 있는 5살 루나의 생활과 10살 초등학생 지원이의 생활은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구요.

실컷 놀게하고, 책도 마음껏 보게 해주고, 자연과 함께 지내게 해주고, 가끔은 지루할 만큼 심심한 시간도 있다는 점까지 말이죠.

 

하지만 5년뒤 한국땅에서 저도 지원이 엄마처럼 루나가 작문숙제에 2~3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요?

방학마다,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공원으로 신나게 놀게 둘 수 있을까요?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을 잘본다고 마냥 그것만 하고 지내라고 하는 대범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영국에서는 어찌보면 자연스럽고 소소할 수 있는 일상이 한국에서는 마음 먹어야 만 할 수 있는, 주변 살펴보지 않고 눈 딱감아야 할 수 있는 일인지 조금은 아쉽고 속상했네요. 그래서 책속 이야기에 더 푹 빠져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영국도 물론 사립학교나 열혈엄마들이 존재 하겠지만

책 속에서 살펴본 지원이와 지원엄마의 삶은 주변 친구들과 그리 다를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구요.

 

5살 루나와 저는 오늘부터 그림을 그리고 나면 꼭 한줄이라도 이야기, 제목을 적어두려구요.

6살이 되고, 7살이 되고, 10살 언니가 되었을때 그때 그림과 한줄 이야기를 보면서 분명 까르르 웃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초등학교 자녀를 두신 엄마가 먼저 읽고 자녀분 책상위에 살포시 놓아둔다면....혹시 알아요.

그 친구도 자신의 상상력을 노트속에 막 펼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참 예쁜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