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동안 요즘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서울 1945’의 최운혁이 떠올랐다.

 주인공 윤혁과도 이름이 비슷해서 더욱 그렇다.

 해방 직후에는 민중의 78%가 사회주의를 선호했다고 하는데

 내가 그 시대를 살던 젊은이였다면 나는 남으로 갔을까 북으로 갔을까?

 윤혁이 남파되었을 때만해도 북은 인민을 위한 순수한 곳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소련이 붕괴되고 인민들이 굶어죽게 되었을까?

 순수한 이상을 가지고 그 오랜 시간을 전향하지 않고 버티어냈는데

 "이거 우리 헛 산 것 아니오?"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이상.

 순수한 이상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전향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 그리 친하게 지내다가도 정치이야기를 하면서 이상이 맞지 않아서 돌아서는 사람이 한 둘인가..

 졸지에 상대방을 이단으로 몰아가버리기도 하고, 상종 못할 사람이 되기도 한다.

 믿고 찾아간 친구가 자신을 간첩으로 고발한다.

 모진 고문을 겪고 가족들이 연좌제에 시달림에 자신을 몰라라 한다.

 나는 잊고 있었지만 사실 반공교육을 하지 않은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나도 그 입장에 선다면 친구라고 선뜻 만나지지 않고

 가족이라고 선뜻 옥바라지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목숨은 어찌나 질긴지.

 죽으려고 하면 살려고 하는 마음이 치고 올라오고

 딱 죽었으면 좋겠지만 그 모진 고문에도 죽어지지가 않는다.

 윤혁이 보육원 아이들과 행복하게 있는 모습은 인간 연습의 완성일까?

 사는 게 늘 반복이다. 뭐하나 새로울 것 없이 그 날이 그날이 날이 더 많다.

 그래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연습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