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당신에게

 

 

 

마음 기댈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선물 같은 당신이 내 삶에 들어온다면 나는 평생을 기쁘게 기대어 살고 싶다.

나의 오른손을 내밀어 그대의 왼손을 잡고 꿈같은 행진을 하고 싶다.

<당신에게>를 읽고 난 후 평온한 마음의 소리를 옮겨본다.

 

책에 대한 아무런 소개글도 보지 않고 <당신에게>라는 따뜻한 제목에 이끌려 책장을 폈다.

풍경 소리가 '딸랑' 거리며 예쁜 음색으로 지나간다.

이 소설의 처음이자 끝이 '딸랑'하며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과 함께 한다.

소설의 도입부, 고요한 여름의 정적이 풍경소리처럼 잔잔히 흔들리며 깨져나갔다.

삶이란 작은 미풍에도 흔들려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는 것처럼.

요코 몸에 자라난 암세포가 그녀의 몸을, 그녀의 삶을 어둠으로 덮고 있었다.

남편 구라시마와 아내 요코의 짧고도 긴 이별산책을 동참하다가

가슴이 죄이는 슬픔이 지나가 도저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장대비가 지나가듯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야 만 것이다.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는 이별에 대한 슬픔을 가슴이 칼에 베이듯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누구라도 가슴이 베여 함께 아플 수밖에 없는 그의 날이 선 부드러운 필체가 정말 놀랍다.

 

 

비록 남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시간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p18>

 

가슴 안쪽에 넘쳐나는 여러 '생각'들이 열을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어떤 '생각'도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준비되지 않은 채 '말'로 바뀐다면, 한없이 '안녕'에 가까운 울림을 동반할 것이다.   <p22>

 

요코의 손이 에지의 손을 살짝 맞잡는 순간, 여태까지 줄곧 붙잡고 있던

에지안의 가느다란 실이 뚝 끊어졌다.   <p23>

 

요코는 그렇게 남편 구라시마를 떠났다.

하지만 구라시마는 자신에게 날아든 요코의 유언장을 받게 되고 그는 그녀가 원한대로

그녀가 자신에게 쓴 편지, 유치우편을 받으러 그녀의 고향으로 떠나게 된다.

편지는 12일 후에 수취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소각된다.

어쩌겠는가?

사랑하던 그녀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를 받기 위해 당신이라도 떠나지 않겠는가?

요코가 남겨진 남편에게 썼을 편지의 내용이 너무도 궁금하다.

 

 

설사 요코가 미래를 포기했어도, 나는 요코와의 미래를 계속 믿었어야 했을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도 모른다.

미래를 포기하고 남은 시간 함께하기. 혹은 미래를 믿고 두 사람의 꿈을 위해 작업에 힘쓰기.

어느 쪽이 맞는지 점점 알 수 없다.   <p110>

 

당신이 계획한 짓궂은 장난에 기꺼이 걸려들게.   <p 111>

 

 

구라시마는 자신이 개조한 캠핑카에 아내의 유골을 싣고 아내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만나게 되는 몇몇의 인연이 평생을 제복만 입고 산 딱딱한 구라시마에게

부드러운 솜방망이가 되어 기분 좋은 깨우침을 준다.

이 또한 요코의 계획이었을까?

 

 

타인과 나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p160>

 

살고 있지만 멈춘 자에게 동기와 기회를 부여하는 멋진 문장이다.

생전에 요코가 흔히 쓰던 말이다.

구라시마가 여행 중 만난 스기노는 요코의 말에 '이 여행이 끝나면 인생을 다시 시작하겠다.   <p187>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

구라시마에게도 큰 반전의 웅크림이 깨어났다.

그저 맨발로 문밖에 한 걸음 나오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이렇게나 달라진다.

이 작은 한 걸음이 세상과 나를 바꾸는 기회이다.   <p254>

 

 

내가 당신을 위해 뭔가를 해주겠다는 말보다, 하루하루 작은 행동을 소중히 쌓아가는 것이

부부에게는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p258>

 

생명이란 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내가 살 수 있는 건 나의 인생뿐이다.

유일무이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해야 한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포함하여 모두.   <p276>

 

 

 

저자는 구라시마 에지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모습을 스스로 읽어내기를 바랐던 것일까?

삶은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끊임없이 연결되어 지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라고, 이별했다고 더이상은 없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어서 떠난 사람을 그림움에 두뇌

남은 자신의 삶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는 것.

요코는 구라시마가 남은 인생을 더욱 멋지게 살아주기를 바란 것이다.

아내 요코의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마지막 편지에 그 메시지가 부드러운 풍경 소리처럼 쓰여져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따듯한 소설을 만났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다.

부부의 아름다운 작별을 연상시키는 '딸랑'하는 풍경소리.

그 맑은 음색이 자꾸 들려온다.

내 마음에도 요코의 풍경을 달아두어야겠다.

소설당신에게, 모리사와아키오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