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샘터8월호/이열치열 샘터 이야기

 

 

 

사실 책을 선택하다 보면 처음 첫 페이지부터 읽지 않게 되는 책들이 있다.

내게는 월간 샘터가 그런 책의 하나인데, 이번에도 8월호를 받고 습관처럼 손이 잡히는 데로 펼쳐들었다.

연계성을 짓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요즘은 법륜 스님의 책이나 방송에 시선이 머물게 되던 터,

신기하게도 법륜 스님이 쓴 페이지를 펴게 된 것이다.

 

결혼을 해본 적도 아이를 낳아 본 적도 없는 법륜 스님, 명쾌하고 시원하게 자식에 대한 고민의 답을 주신다.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자식은 바뀌지 않을 명제를 두고, 부모는 자식에게 바뀔 것을 강요하고 있는 세상이다.

나 역시 여느 부모들과 다르려고 노력한다지만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이 첫 이야기에 걸려들어 꼼짝도 못하고 말았다. 

무엇인가를 읽고 가슴이 쨍하다면 이 책은 이미 그 값어치를 다 한 것이 아닐까.

 

두 번째로 읽었던 페이지는 우리 시대의 골동품의 가치를 지향하는 발행인의 글이었다.

나는 일부러 이런 페이지를 골라 읽는 편인데, 역시 건지는 것마다 뿌듯한 감동의 글이다.

아주 오래된 자가용을 예찬한 글에서 사물에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 정성이 차지게 느껴졌다.

물건에 대한 오랜 이야기를 간직하는 공감대가 이루어진 탓일 것이다.

아무튼, 샘터의 발행인이 이런 따뜻한 감성인 게 참 좋다.

 

나를 움직이는 한마디 편에 개그맨 정찬우 글이 실렸다.

정찬우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는 그 단출한 문장이 왜 그리 가슴에 와 닿던지...

보는 게 없어야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 반면 보이는 게 많아서 욕심도 커진다는 뜻일진데,

개그스럽지 않은 삶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많은 독자에게 울림이 될 듯했다.

 

샘터는 마음의 무한한 공간이다.

빈 공간에 하나 둘 담기는 삶의 이야기와 그 감동은 다시 내 인생의 공간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그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샘터를 읽어오고 있다.

법륜 스님의 이야기를 만나고, 소박한 성품이 묻어나는 발행인의 마음도 함께 공유해 보고,

개그맨 정찬우 어머니의 삶을 대하는 깊은 속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샘터에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삼라만상이 알차게 들어있다.

남들의 다양한 글을 통해 나를 보게 하는 샘터는 어쩌면 깊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그 거울 안은 넓고도 깊은 끝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잠깐씩 토막 시간을 내서 펼치는 샘터는 무한한 이야기 세상이다.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다 담아내는 샘터가 덥거나 추운 날에는 유독 더 정겹다.

뜨거운 8월, 월간 샘터와 만나면 이열치열로 화끈한 여름이 될 것이다.

책샘터8월호/이열치열샘터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