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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 중앙일보

 

가수 조영남(62)이 미술책을 냈다.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한길사)이다. 그는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는 ‘화수(畵手)’를 자처한다. ‘딜라일라’로 가수 데뷔한 해가 1970년, 인사동서 첫 전시를 연 게 73년이니 그럴 만하다. 4일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 왜 미술책인가

“원래 사랑에 대한 책을 낼 예정이었다. 500쪽 분량의 자서전이다. 그런데 라디오 프로를 맡은 방송국에서 또 안티 파동이 나면 걷잡을 수 없다며 자제 요청을 했다. 미안한 마음에 출판사에 대신 미술책을 쓰겠노라고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해 독학을 많이 했으니 자신있었다.”(※조영남은 2005년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본 신문과 한 인터뷰도 문제가 돼 ‘조영남 공연저지 특별위원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 마침 미술 붐인데.

“공교롭죠? (씨익 웃으며) 사실 ‘미술을 공부하라’고 권하는 것은 ‘골프를 배워보라’는 것과 비슷해 망설여졌다. 돈ㆍ시간 여유 있고 아파트에 살면서 뭔가 걸 벽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다행히 요즘은 누구나 그림 하나는 사려 하니 미술책 한 권쯤은 읽으라 해도 되겠더라.”

# 책 내용이 “모른다고 우습게 보지 말고 현대미술을 배워라”는 주장인데.

“모르니까 재미없는 것, 가까이 가려 해도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미술이 따분한데 자꾸 좋다, 비싸다 하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어리둥절한 게다. 모르니 비싸고 유명한 작품만 관심을 갖는다. 책도 보며 공부하고, 이름값 말고 자기만의 물건을 찾는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 구석으로 쏠리는 게 바로 붐의 위험성이다.”

# 기존의 미술해설서들과 다른 점은.

“미술전공자들이 쓴 책들은 비슷비슷하고 어렵더라. 나같이 독학한 사람이 쓴 쉬운 책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10여년 전부터 재미있는 현대미술서를 쓰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 책 쓰는 데는 얼마나 걸렸나.

“할 일이 없으니 반 년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썼다. 그 동안 모아둔 자료들을 다시 보며 내 책에 소개하고 싶은 그림들은 모두 뜯어 모았다.”(※ 그가 보여준 서재 한쪽 벽은 외국에서 사 모았다는 도록 등 미술책으로 빼곡했다.)
# 본업이 가수인데 그림도 그리고 책도 쓴다.

“난 최고로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걸 연구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돈ㆍ명예ㆍ권력보다 예술이 제일 근사하고 격이 높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