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지도 않고

크게 웃을 수도 없고

슬피 울기도 서러운,

그런 청춘.

 

제목만으로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청춘 파산'이다. 그래도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오롯이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알바를 하고, 채무자에 쫓기고 또 간절하게 사랑하는 백인주의 모습은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많이 닮았다. 우리 젊은이들은, 백인주처럼 청춘은 파산했어도 면책 이후를 준비하고 담담히 나아갈 수 있을까. 김애란의 <서른>이 죽음 경계에 있다면, 김의경의 <청춘 파산>은 삶의 언저리에 더 가깝다.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 좋을 것이다.

소설은 주요 흐름은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첩을 담아 뿌리는 작업을 좇아간다. '면목이 없어 면목동'이라는 식의 농담은 심히 썰렁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현대 서울의 풍수와 서민들의 애환을 그럴듯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 추운 손을 녹이며 수첩을 담고 또 뛰어나가 한바탕 상가수첩을 돌리는 걸 반복하는 장면을 계속 읽다보면 그 알바 정말 못할 짓이다 싶은 생생한 느낌마저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런 알바에 익숙해져가는 이들의 모습이 서럽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지나간 아르바이트의 추억(?)을 떠올리고, 사람을 떠올린다. 특히 다단계에 빠져 괴롭게 살다가 소중한 사람마저 잃어버리고 초췌해져가는 부분이 인상적인데, 주변에서 생각보다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번듯한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지만, 막상 인격적인 대우도 없이 엉켜 살아야하는 이들에 대한 묘사는 무섭기까지하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은 과연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는 이 책을 꼭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인에게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