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다는 것은 채울 수 있고 잘못 채워져 있으면 다시 비우고 채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비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을 알고 글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작가의 힘이라는 것은

얼마나 큰 것인가?

그런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박범신 작가님의 글을 읽고 있다 보면 빨려 들어간다.

책 안으로 들어가서 같이 보고 느끼고 울고 웃고 한다.

웃은 기억이 사실 별로 없다.

내가 직접 느끼게 되는 그 감정들이 많은 시간 동안 나를 따라 다니면서 괴롭힌다.

그리고 고민하게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삶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의 끝에는 다른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

그렇지만 늘 책을 고를 때는 선뜻 손이 잘 안간다.

그럼에도 작가님의 모든 책들을 모든 글들을 읽고 싶다.

여러 핑계를 대보고는 있지만 전부 읽고 싶다.

 

나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역시 비어있다.

아무것도 없다.

사실 비어있는지 어쩐지도 모를 수 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뭔가를 채우기 위해 배우고 읽고 쓴다.

채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포기하고 다시 다짐하고 또다시 포기한다.

그 속에서 배워지는 것은 비워져있는 것에 일부러 채우지 말자.

그렇다고 내버려두지도 말자.

어정쩡한 마음만 들 뿐이다.

나의 빈방의 중심에는 어떤 것이 채워지게 될 것인가. 채워는 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