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을 덮어도 바람이 새어들어오면 온몸이 서늘하게 떨렸다. 이런추위를 견디며 사람들은 희말라야를 넘었던 것이었다.
이제 추위에 익숙해지면 좋으련만 보건이는 아직도 추위가 무서웠다. 아빠품에 안겨서야 겨우 잠이 들곤 했다. 텐진과 잠양에게 조금 미안했다. 텐진은 꿈속에서 엄마를 만났는지 빙그레 웃고 있었다..... 텐진은 천천히 손을 뻗어 엄마한테 다가갔다. 조금만 더 가면 엄마한테 안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순간 누군가 뒤에서 텐진의 어깨를 꽉 잡았다. "텐진 졸면 안돼! 낭떠러지야!" 텐진은 정신을 차려 다시 걸었다. 그러면서도 눈앞에서 엄마가 사라진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책속에서 만나는 망명의 여정이지만 마치 내가 그들 가운데 있는 것 처럼 긴박감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돌풍속으로 텐진이 사라졌을 땐 너무나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다.
우리의 일제 시대가 이러했을까. 6.25 피난 행렬이 이러했을까? 문득 내나라에서 일어났지만 마치 딴나라 일인양 잊혀저 있던 우리의 아픈 과거가 새삼 번득이며 나의 주변을 채운다.
우리아이들은 한밤에 잠깐만 엄마가 없어도 찾고 야단들인데 어린 녀석들이  부모도 없이 더군다나 생명의위협속에서  매섭기만한 히말라야 산을 어찌 넘을까. 내 눈이 책을 읽은 동안 마음은 책속의 사람들과 어우러져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