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보기| 전체(14)

우유, 두유만 먹는 아이인가요?

글 최승용(마포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밥은 별로 안 먹고 우유, 두유만 먹으려 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밥도 안 먹는데, 우유라도 먹여야 한다면서 우유나 두유로 배 채우는 것을 허락한다. 젖먹이를 둔 경우에는 쭉쭉 빠는 쾌감을 아이가 좋아하는 거 같고, 씹는 음식에 비해 먹이는 시간이 빠르다며 쉽게 넘겨버린다. 과연 밥은 안 먹고 우유, 두유만 먹으면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지나친 우유, 두유 섭취 빈혈과 변비생길 수 있어

우유에는 뼈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과 칼슘은 풍부하지만 철분이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의 철분 흡수까지 방해한다. 실제 철분약의 복용법을 보면 우유와 함께 먹지 말라고 되어 있다. 때문에 우유를 마실 때는 보완을 해줄 수 있는 다른 음식을 함께 먹지 않으면 변비나 철분 결핍성 빈혈에 걸리기 쉽다.
 
이런 변비와 빈혈은 바로 ’식욕부진’의 주된 원인이 된다. 우유로만 배를 채워 버릇하면 당장은 좀 먹은 것 같아 배가 부르지만 지속되면 가스가 차거나, 빈혈이 생겨 밥을 더 안 먹는다. 두유는 변비나 빈혈의 문제가 덜하긴 하지만, 역시 가공식품 특유의 첨가물이 들어가므로 매일 먹는 양이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씹으면 식욕증진과 두뇌발달 향상

쉽게 마실 수 있는 우유, 두유의 또 다른 문제점은 아이에게 씹는 연습을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경락 분포도를 보면, 윗 턱은 대장(大腸)경락, 윗 턱과 턱 근육에는 위(胃)경락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씹는 행위 자체가 소화기경락을 자극하는 침술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씹기를 계속 하면 소화기의 소화액 분비가 활발해지고, 음식을 부르는 신호를 뇌로 보낸다. 그래서 많이 씹는 것은 위장을 튼튼하게 단련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턱 근육은 관자놀이 부근까지 연결되어 움직이면 뇌에 침술과 같은 자극을 전달해 지능발달 향상에 도움을 준다. 많이 씹다 보면 밥을 잘 먹고 두뇌발발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식습관 지침

첫째, 우유나 두유를 하루 500~600ml 이내로 제한해 보자. 이는 식욕회복 노력의 가장 기본에 속한다. 특히 평소 액체 음식을 800ml이상 많이 먹어온 아이라면, 아예 두 달 정도는 맹물을 제외한 액체음식을 금하는 것도 소화습관 회복에 도움이 된다.

둘째, 고형식 음식으로 씹는 연습을 시켜줘야 한다. 처음부터 스스로 씹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어른은 매일 턱 근육을 쓰는데 익숙해 씹고 삼키는 게 편하지만, 아이는 턱 근육이 아직 미숙하여 씹는 것이 힘들다. 아이에게는 천천히 식사를 유도하며, 걸음마 가르치듯 씹는 양을 조금씩 늘려 주는 게 좋다. 아이가 좋아할만한 씹을 거리인 뻥튀기, 과일조각, 오징어 등을 자주 주면서 씹는 훈련을 시킨다.

마지막으로 철분이 풍부한 음식으로 우유, 두유의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동물의 간, 달걀노른자, 돼지고기, 닭고기, 당근, 콩, 두부, 무청, 미역, 다시마 등이 철분이 많은 음식이다. 철분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C가 풍부한 귤, 오렌지, 브로콜리, 딸기, 멜론, 사과 등을 함께 먹이면 더 좋다. 오늘부터 아이가 우유, 두유의 양을 줄이고 씹는 맛에 재미를 붙여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자. 

□ 최승용 원장 소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前 정릉 유 한의원 부원장
前 목동함소아 한의원 진료원장
現 마포함소아 한의원 진료원장
대한한방소아과학회 정회원
대한한방체질의학회 정회원
대한한방자연요법학회 정회원